[취재수첩] 낡은 법에 가로막힌 '승차 공유'
“카풀 앱(응용프로그램)을 단속하려면 택시 승차 거부부터 해결해야죠.”

경찰이 카풀 앱 이용자에 대해 무리한 단속에 나섰다는 본지 기사(7월27일자 A2면 ‘하루 세 번 카풀하면 형사처벌’)에 4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누리꾼은 “평일인 어제 논현역에서 한 시간 넘게 택시를 잡느라 고생했다”며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는 카풀 앱을 단속하기보다 택시 승차 거부 단속부터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이런 기사를 보면 정말 숨이 막힌다”며 “규제를 위한 규제는 제발 없애 달라”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국토교통부는 요지부동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7일 “버스, 택시업계 등 업종 보호를 위해 카풀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우버로 대표되는 차량 공유 서비스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시장조사업체인 ABI리서치 등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세계 승차 공유 시장은 250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2025년 15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우버를 불법 서비스로 보고 있는 낡은 여객운수법은 택시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앱에서 요금을 산정하고 등록한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하는 ‘앱 미터기’는 최근 ‘바가지 요금’ 논란의 해결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행법은 여전히 기계식 미터기만을 강제하고 있다.

이 같은 여객운수법은 150여 년 전 영국에서 만들어진 ‘붉은 깃발법’을 떠올리게 한다. 세계 최초의 교통법으로 알려진 이 법의 골자는 자동차를 마차보다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증기자동차는 시속 30㎞까지 달릴 수 있었지만 최고 속도를 시속 6.4㎞로 제한했다. 또 자동차 앞에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마차를 타고 달리며 자동차 운행을 예고해야 했다.

이 법은 마차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자동차 속도를 낮춘다고 시대적 흐름을 막을 순 없었고, 영국은 결국 자동차산업 주도권을 독일 미국 등 경쟁국에 넘겨줘야 했다. 교통 혁신에 나선 카풀 앱 업체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나라에서 이 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구은서 지식사회부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