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환경단체를 '저희'라 표현한 산업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4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환경단체를 가리켜 ‘저희’란 표현을 썼다. 백 장관은 현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왜 갑자기 수면 위로 끄집어냈느냐는 질문에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갑자기 (이슈 제기)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시민단체에서 (과거부터) 문제 제기를 했다. ‘저희들’은 (공사 시작 전) 공청회도 원했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이 그대로 공사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장관이 환경단체에 우호적인 시각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국가 에너지정책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자신과 그들을 동일시하는 ‘저희’란 표현을 쓴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찬반 여론이 팽팽한 상황에서 말이다.

논란이 될 만한 말은 간담회 내내 이어졌다. 독일은 탈원전 논의를 20년간 했다는 지적에 백 장관은 “시민단체와 학계에서 그동안 엄청난 토론이 있었다. 국민의 뜻이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과거 일부 환경단체와 원자력 학계에서 벌어진 논쟁에 자신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느끼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백 장관은 또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계속 낮아지는 건 세계적 추세”라며 “대략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단가는 50% 정도 떨어지고 원전과 석탄발전 단가는 100% 오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영국에서 나온 연구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두 나라는 자연환경이 한국과 너무나 다르고 원전 건설 기술도 우리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국내 발전단가는 원전이 ㎾h당 68원, 석탄이 73원, 신재생에너지가 156원이다.

한국의 발전단가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묻자 백 장관은 “이제부터 숫자를 정확하게 내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신재생에너지 공약을 짰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다. 하지만 이날 백 장관 발언대로라면 아직까지 국내 발전단가가 어떻게 변할지 정확히 계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공약이 나왔다는 얘기가 된다. 백 장관 간담회는 현 정부 에너지정책에 대한 의구심만 키우고 말았다.

이태훈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