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환경단체를 '저희'라 표현한 산업장관
장관이 환경단체에 우호적인 시각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국가 에너지정책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자신과 그들을 동일시하는 ‘저희’란 표현을 쓴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찬반 여론이 팽팽한 상황에서 말이다.
논란이 될 만한 말은 간담회 내내 이어졌다. 독일은 탈원전 논의를 20년간 했다는 지적에 백 장관은 “시민단체와 학계에서 그동안 엄청난 토론이 있었다. 국민의 뜻이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과거 일부 환경단체와 원자력 학계에서 벌어진 논쟁에 자신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느끼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백 장관은 또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계속 낮아지는 건 세계적 추세”라며 “대략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단가는 50% 정도 떨어지고 원전과 석탄발전 단가는 100% 오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영국에서 나온 연구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두 나라는 자연환경이 한국과 너무나 다르고 원전 건설 기술도 우리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국내 발전단가는 원전이 ㎾h당 68원, 석탄이 73원, 신재생에너지가 156원이다.
한국의 발전단가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묻자 백 장관은 “이제부터 숫자를 정확하게 내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신재생에너지 공약을 짰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다. 하지만 이날 백 장관 발언대로라면 아직까지 국내 발전단가가 어떻게 변할지 정확히 계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공약이 나왔다는 얘기가 된다. 백 장관 간담회는 현 정부 에너지정책에 대한 의구심만 키우고 말았다.
이태훈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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