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친절 배송 차별화 주역 쿠팡맨 잇단 이탈에 파업도
"사측이 정규직 약속 깼다"
로켓배송 시작한 파주서도 주문 후 배송 2~3일 걸려
◆핵심역량 ‘와우’ 흔들리나
쿠팡이 다른 e커머스 기업과 차별화하기 위해 내건 가치는 ‘와우’다. 소비자가 탄성을 지를 정도로 감동과 놀라움을 주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런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내놓은 서비스가 로켓배송이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아마존에는 없는 무기가 쿠팡에는 있다”며 그 무기가 쿠팡맨이라고도 했다. 그는 “쿠팡맨은 단순히 배송원이 아니라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에서 기업 가치를 전하는 서비스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다른 사이트보다 쿠팡 물건이 조금 비싸도 쿠팡에서 구매했다. 로켓배송은 쿠팡의 핵심역량이 됐다.
로켓배송 서비스가 무너지기 시작한 건 쿠팡맨 사이에서 불만이 터지면서다. 인원은 줄고 주문량은 늘면서 업무강도가 심해졌다. 그러다 쿠팡이 인센티브 제도를 개편하자 일부 쿠팡맨은 부분파업과 태업으로 항의했다. 결국 강병준 씨 등 전·현직 쿠팡맨 76명은 ‘쿠팡사태대책위원회(대책위)’를 조직해 지난 30일 국민인수위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쿠팡 측이 비정규직 계약기간인 6개월이 끝나면 계약을 해지한 뒤 인력을 교체했고, 노동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블랙박스와 카카오톡 단톡방 등을 감시해 공개한 뒤 징계했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쿠팡 측이 처음 약속했던 고용조건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2015년 물류업계와 쿠팡이 ‘직접 배송’ 적격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자 김 대표는 2017년까지 쿠팡맨 1만5000명을 고용해 그중 6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쿠팡에 따르면 6000명까지 늘었던 쿠팡맨 중 현재 남아있는 인력은 3600명이다. 그중 30%가량이 정규직이라고 쿠팡은 설명한다. 쿠팡사태대책위원회는 쿠팡 측이 부풀려 발표한 것이라며 실제로는 2700명밖에 안 남았고 정규직 비율도 10%가 채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적자는 큰 문제 아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나온다. 단기간 적자가 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핵심역량(쿠팡맨)이 무너진 게 진짜 위기라는 평가다. 또 30대 후반의 젊은 팀장급 직원들도 계속 회사를 그만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쿠팡의 경영관리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얼마 전 퇴사한 쿠팡 관계자는 “많은 이들이 문제라고 느낄 만한 문제를 경영진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고 무시하는 일이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초기 쿠팡맨들이 반발했을 때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쿠팡은 그동안 문제가 불거지면 아무런 근거 없이 “문제 없다”고 부정만 하는 식으로 일관해왔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경영하다 보니 국내 사정에 밝지 않은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에 처했다는 시각도 있다. 쿠팡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임원진도 모두 외국인이다. 해외 투자자를 겨냥해 사업을 하다 보니 실제 영업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국내 상황에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전직 쿠팡 임원은 “쿠팡의 가장 큰 문제는 회사는 크게 성장했는데 이를 관리할 만한 역량은 함께 성장하지 못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내부적으로는 굉장히 높은 수준의 경영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