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본부장 "재탄생한 서울역고가 공원…사랑받는 산책로 되길"
“애지중지 곱게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심정이랄까요. 서울로7017(옛 서울역고가)이 남편(시민)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20일 개장하는 서울로7017은 김준기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56·사진)에게 자식 같은 존재다. 김 본부장은 지난 1년10개월여간 서울로7017의 설계 단계부터 준공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했다. 김 본부장은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기술고시(21회)로 공직에 들어왔다. 1988년부터 서울시에서 도시재생, 도시계획 등 관련 분야를 두루 경험한 ‘도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서울로7017 개장을 나흘 앞둔 16일 서울시청에서 김 본부장을 만났다.

김 본부장이 안전총괄본부장을 맡은 건 2015년 7월. 발령과 동시에 서울로7017사업을 끼고 살았다. 당시 설계자와 콘셉트 등은 정해졌지만 인근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반발, 중앙정부와의 협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었다.

첫 단추인 고가도로의 차량을 통제하는 것부터 순탄치 않았다. 공사를 하려면 우선 고가도로를 폐쇄해야 했으나 중앙정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고가를 없앤 뒤 교통 대책 마련이 안 돼 있다”는 게 국토교통부와 경찰의 반대 이유였다. 문화재청도 서울역고가 공원이 서울역사의 조망권을 해친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김 본부장은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꼬이면서 ‘이러다가 공사를 못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2015년 12월13일’ 김 본부장은 이날을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라고 했다. 이날은 서울역 고가도로의 차량 진입을 막은 날이다. 그는 “차량 진입을 막고 고가도로에 올라본 그날을 잊지 못한다”며 “드디어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정말 후련했다”고 했다.

남대문시장 등 인근 주민의 걱정도 컸다. 김 본부장은 “상인들의 얘기를 듣고 곧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나눠 해결 방안을 찾았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상인들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 것 같다”고 말했다.

개장을 앞둔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서울로7017은 단순히 산책로가 아니라 서울이 ‘걷는 도시’로 변해가는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많은 시민이 찾아 만리동, 중림동 등 그동안 개발이 소외됐던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1년 새 중림동과 만리동 일대는 ‘상전벽해’를 겪고 있다. 서울로7017 개장 이후 이 일대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련된 맥줏집과 음식점, 카페 등이 속속 들어섰다. 아울러 서울로7017 인근엔 손기정체육공원, 약현성당, 서소문역사공원 등 역사·문화자원이 많아 서울시 관광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을 통해 자연·공간·역사와 문화가 융합된 사람길의 의미를 잘 살리고,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도모하는 서울의 핵심 명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