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롯데…부회장 2명 등 대폭 승진 인사
롯데그룹이 22일 발표한 인사의 특징은 대규모 승진이다. 이날 승진자만 부회장 두 명, 사장 세 명이다. 롯데 주변에서는 ‘신동빈의 롯데’가 어떻게 달라질지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롯데는 전무급이 대표를 맡을 정도로 승진에 인색했다. 검찰조사와 중국의 압박 등 대내외 여건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승진인사를 했다.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난국을 돌파하는 첫 단추”라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3년간 쌓인 인사적체 해소

롯데는 2015년 7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뒤 인사를 최소화했다.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번엔 달랐다. 검찰 조사 중임에도 신 회장은 조직 개편과 함께 대규모 인사를 했다. 3년간 인사 적체로 수요가 많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지 않으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는 게 롯데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날 경영혁신실장에 임명된 황각규 사장이 “활력있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고(故) 이인원 부회장을 이을 2인자를 두지 않은 것도 눈길을 끈다. 부회장을 늘려 부문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서로 경쟁할 시스템을 마련했다. 정책본부를 대신해 그룹의 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혁신실 실장과 각 BU(business unit)장은 부회장이 맡을 것이란 전망이다. 23일로 예정된 호텔서비스부문 인사에서 송용덕 호텔서비스 BU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 부회장은 세 명으로 늘어난다. 황 사장과 소진세 사회공헌위원장(사장), 허수영 화학BU장(사장)도 진행 중인 재판이 끝나면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예상이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사장과 부사장 승진자도 예년보다 늘었다. 이원준 부회장이 유통BU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강희태 중국사업부문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롯데백화점 대표로 내정됐다.

강 신임 대표는 상품기획자(MD), 본점장, 상품본부장 등을 거친 상품전문가다. 2015년부터 롯데하이마트 대표를 맡아온 이동우 대표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가전제품 외에 생활·주방용품 등도 함께 판매하는 등 ‘미니 백화점’ 형태로 매장을 개편, 시장점유율을 높인 성과를 인정받았다.

노병용 사장 구속으로 공석이 된 롯데물산 대표는 부사장으로 승진한 박현철 사업총괄본부장이 맡는다. 박 신임 대표는 노 사장과 함께 롯데월드타워 완공에 기여하고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다.

롯데카드는 채정병 사장 후임으로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대표(부사장)를 내정했다. 김 대표는 산업은행 등을 거쳐 2007년 롯데자산개발 창립 때부터 대표직을 맡아왔다. 롯데자산개발 대표로는 이광영 리싱부문장(전무)이 내부에서 발탁됐다. 이 대표는 롯데월드몰을 완성한 책임자다.

마용득 롯데정보통신 대표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조재용 롯데엠알시 대표는 전무로 승진했다. 한국후지필름은 박호성 롯데마트 전무를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롯데의 경영전략을 연구하는 조직인 롯데미래전략센터는 롯데미래전략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진성 소장은 전무로 승진했다.

◆새 사령탑, 경영혁신실 정비

황 사장이 이끄는 경영혁신실 네 개 팀장 인선도 마무리됐다. 윤종민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HR혁신팀을 맡는다. 컴플라이언스위원장은 외부 신망이 두터운 법조계 인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 감사담당은 기존 정책본부 감사실을 맡았던 김재화 사장이 이끈다. 임병연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가치경영팀장을 맡는다. 재무혁신팀은 이봉철 부사장이 담당한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