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따른 상승 압력을 셰일오일·원유 재고가 누르며 균형

거침없던 휘발유 가격 상승세가 최근 한풀 꺾인 가운데 향후 휘발유 가격의 향방을 결정할 국제유가의 동향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한국석유공사와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초 시행에 들어간 회원국들의 1월 감산 조처 이행률이 9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기대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기대 이상으로 감산 합의가 잘 지켜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산유국들이 이처럼 감산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소식에도 국제유가는 외려 하락했다.

당장 OPEC의 발표가 나온 13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93센트 하락한 배럴당 52.93달러로 거래를 마쳤고, 브렌트유 선물도 1.11달러 떨어진 55.59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산유국들의 감산 조처가 유가 부양을 겨냥한 것임을 감안하면 '약발'이 안 먹힌 셈이다.

이날 유가 상승을 억누른 것은 미국에서의 원유 생산 증가에 대한 우려였다.

미국의 원유서비스업체 베이커휴가 미국에서 가동 중인 원유 채굴장치 수가 2015년 10월 이후 최대치인 591개로 늘었다고 발표한 것이다.

16일에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미국의 원유 재고가 5억1천800만 배럴로 1982년 이래 35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한 외신은 OPEC 소식통을 인용해 "감산에도 불구하고 세계 석유 재고가 감소하지 않을 경우 OPEC 산유국들이 (6월까지로 예정된) 감산 합의를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각각 유가 하락과 상승을 견인할, 상충되는 신호가 나온 것이다.

시장도 달리 반응했다.

브렌트유는 10센트 내린 반면 WTI는 25센트 올랐다.

OPEC 회원·비회원국들의 감산 효과를 원유 재고 증가가 상쇄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감산에 따른 유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는 요인은 또 있다.

미국의 셰일오일이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셰일오일은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생산이 중단됐다.

하지만 유가가 오르자 셰일오일 생산량이 늘고 있다.

이는 또 다른 공급 확대 요인이다.

셰일오일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통상 유가가 50달러 선을 넘어서면 수익이 나는 것으로 이해된다.

결국 OPEC 회원국·비회원국의 감산으로 인한 유가 상승 압력을, 셰일오일 증산과 막대한 원유 재고가 가로막으면서 유가가 50달러대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셈이다.

관심사는 향후 유가의 움직임이다.

세계 주요 전망기관들은 올해 유가가 평균 50달러 중반 정도를 보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51달러, 크레디 스위스는 56.25달러, 소시에테 제네랄은 56.30달러, 골드만 삭스는 57.90달러, JP모건은 58.25달러를 각각 예측했다.

다만 스탠다드차타드는 78달러, UBS는 60달러를 예상하는 등 조금 다른 전망치를 내놓은 곳도 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OPEC의 감산 이행률은 갈수록 낮아진 만큼 앞으로 이행률이 하락할 것"이라며 "그렇다 해도 이행률이 평균 60%만 넘으면 올해 중 원유의 수급 균형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년 연말 유가가 50달러를 넘으면서 셰일오일 생산량이 증가세로 돌아선 점은 유가 상승을 억제할 요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유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미 달러화의 강세가 점쳐진다는 점도 억제 요소다.

이 연구위원은 올해 평균 국제유가를 50달러 중반대(두바이유 기준)로 전망하면서 "다만 ±10달러 정도의 등락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의 정책은 무조건 증산해서 수출하겠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OPEC은 그동안 감산 발표가 11차례 있었지만 대부분 안 지켰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미국과 OPEC 모두가 물량을 늘릴 것이기 때문에 올해는 50달러 안팎을 지키겠지만 길게 보면 저유가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