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엊그제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로화 환율이 독일 경제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너무 낮다”면서 “유로화 약세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통화정책 탓”이라고 밝혔다. 그는 독일의 무역수지 흑자도 결국 ECB의 통화정책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피터 나바로 미국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며칠 전 독일이 유로화 환율을 조작해서 미국을 상대로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따른 쇼이블레의 대응이라고 보이지만 소극적 궤변이요 면피용으로만 해석된다.

독일의 경상 흑자는 독일 GDP의 9%나 되며 미국의 총무역적자에서 10%를 차지하고 있다. 나바로는 “독일과 다른 EU 회원국 간에 구조적인 불균형이 있다. EU 내에 완전히 이질적인 공동체가 존재한다”고 언급할 만큼 독일 통화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선거 기간에 “EU는 독일을 위한 놀이기구”라고 비판했다.

유로화는 출범 초기부터 무리한 두 경쟁력 국가군의 통합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가별 통화 가치가 다르고 생산성이나 경쟁력이 다른 국가들을 하나의 단일통화 즉, 유로화라는 범주 속에 집어넣은 것부터 경제학적 오류였다는 것이다. 물론 재정 통합을 무시하고 금융 통합만을 강조한 반쪽의 경제공동체였다. 무엇보다 경쟁력이 높은 독일에선 유로화의 명목환율과 실질환율 차이가 크게 났다. EU 위원회에선 매년 독일에 이 같은 환율 차이를 줄이라고 경고했지만 독일은 오히려 “경제적 번영의 상징”이라고 이를 기피해 왔다. 유로화 환율은 EU가 결정하기 때문에 독일이 아무런 수를 쓸 수 없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독일이 경상 흑자를 줄이기 위해선 과감한 수입정책을 펴야 하고 투자에도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하지만 쇼이블레의 주장에서 보듯이 독일 정부가 쉽게 움직일 것 같지는 않다. 정치라는 변수도 거기에 포함돼 있다. 자칫 남유럽과 독일 등 북유럽 간의 경쟁력 격차를 더 확대시킬 가능성도 크다. 유로화의 내적 모순이 결국 말썽을 부르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