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쟁력은 제품 품질과 디자인, 원가와 가격, 납기 준수 능력 등 세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이 중에서 품질과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제품기술과 제조기술(공정기술)이고, 가격 책정의 바탕이 되는 원가를 결정하는 것은 생산성과 임금 수준이다.
[고교생을 위한 경영학] (25) 혁신, 기술축적 그리고 경쟁력 변화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 고갈되며 제품 혁신 둔화

다시 생산성은 제조기술과 자본투입도에 영향을 받는다. 자본과 노동은 대체적 관계로, 자본투입도는 임금 수준에 따라 결정되므로 결국 경쟁력은 기술 대비 임금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은 혁신이란 유입량(flow)이 누적된 저장량(stock)에 해당하므로 기술 발전 속도는 혁신력이 좌우한다. 이렇게 보면 미래 경쟁력의 변화는 혁신력과 임금 인상 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경쟁자의 변화 속도와 비교한 상대적 변화 속도를 의미한다.

한국의 주력 상품인 메모리반도체, 가전, 휴대폰, 조선,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은 1990년대와 2000년대 들어 선진국을 따라잡으며 세계 속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최근 이들 중 몇몇은 후발국의 추격으로 그 위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경쟁력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쟁력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함께 변화한다.

어떤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혁신적 소비자나 초기 수용자적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한다. 그들의 반응에 의해 사업성이 유망하다고 검증되면 뒤이어 많은 경쟁자가 뛰어들고 더불어 많은 신제품이 경쟁적으로 쏟아진다. 이 시기에는 많은 벤처기업이 시장을 개척하고 활동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가 고갈되며 제품 혁신이 둔화한다.

제품혁신은 원가 절감하는 ‘가치 혁신’이 주류

다른 한편으로는 승패가 결정되며 경쟁자 수가 압축돼간다. 해당 제품 수요층이 확산되며 점점 시장이 커지고, 고객층의 니즈가 분화하면서 시장이 세분화되고 제품 다양화가 이뤄진다. 경쟁 제품 간 성능이나 기능의 차별화가 줄어들면서 경쟁은 성능에서 가격으로 옮아간다.

이 시기에는 대량생산 시스템에 의한 원가절감이 경쟁의 핵심이 되고, 이에 따라 대량생산 지향형 공정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 시기에는 단편적 자동화 등이 출현하며, 벤처기업이 도태하거나 대기업화하고 대량생산 제조기술과 관리기술이 뛰어난 대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일부 제품·기술 혁신에 능한 벤처기업가는 사업을 팔아넘기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거나 대기업 경영자로 변신한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전용기계 등을 활용한 체계적 자동화가 이뤄진다. 제품 혁신은 성능이나 기능 개선보다는 동일 성능이나 기능을 더 싸게 생산하는 원가절감형 기술인 가치혁신(VA/VE)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따라서 혁신이 둔화하는 이 시기를 경화기라 부른다.

‘기술 우위’ 유지 못하면 베트남 등으로 이전 가속화

[고교생을 위한 경영학] (25) 혁신, 기술축적 그리고 경쟁력 변화
또 기업들은 원가절감을 위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같은 아웃소싱을 활용하거나 싼 임금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다. 혁신이 둔화하고 그에 따라 기술도 포화함에 따라 후발국 기업에도 참여 기회가 생겨난다. 단순 경공업은 제품기술이 별것 아닌 경우가 많다. 반면 복잡하고 고도화한 제품기술을 지닌 대기업은 현지 기업이 모방하기 어려워 잘 버티는 경우가 많다. 이 단계에서 후발국가 처지에서는 외국 기업의 자국 투자 공장과 자국 기업의 경쟁력 관계가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세계화 시대는 국경이 의미가 없고, 다국적 기업에는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

이처럼 신제품 등장 후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혁신, 기술, 임금의 경쟁력 결정 과정에 따른 국가 간 공장 이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이 해외투자를 확대하면서 국내 공장을 축소하거나 신규 투자를 중단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현장근로자들이 분임조나 제안 같은 개선활동을 통해 제조 혁신을 끊임없이 해내며 해외 공장과 제조기술 격차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경영자들은 공장의 해외 이전 문제를 계속 고민하게 될 것이다.

정규석 교수 <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