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정국은 수습이냐, 혼란 가중이냐의 기로에 섰다. 불확실한 정치 일정 속에서 ‘대선 열차’도 출발하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때까지 혼란스런 정국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의 분당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국의 균형추는 야당 쪽으로 급격하게 쏠리게 됐다. 야당은 ‘234표 탄핵 찬성’에 힘입어 자신들이 주도하는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등 정국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이라는 방패막이가 사라지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앞날도 가시밭길이다. 경제활성화법안과 노동개혁법안 처리는 물 건너갔다.

정치권이 탄핵안 가결 뒤에도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당이 지리멸렬하고 있고, 야당도 사안별로 의견이 갈리면서 이를 묶을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하기 힘들다.

각 당 차원의 대선 준비도 차질이 예상된다. 헌재 심판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헌재에서 탄핵 인용 결정이 난다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 기간에 출마 선언, 당 경선, 후보 등록을 모두 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선 주자들의 물밑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대선 주자를 내세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지율이 급락한 새누리당으로 올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김무성 전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했고, 남경필 경기지사는 탈당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지사도 탈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계 개편이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관심이다. 새누리당 탈당파와 민주당 반문(반문재인)세력,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손잡고 힘 있는 제3지대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킹메이커’로 나선 김 전 대표는 국민의당과 영·호남 화합을 명분으로 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김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와 반 총장, 제3지대의 정의화 전 국회의장 세력 등과도 손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헌을 고리로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이 ‘분권형’을 고리로 대권 구도를 재편한다는 시나리오다.

반 총장의 거취가 정계 개편의 최대 변수다. 반 총장이 ‘권력 분점형’ 개헌을 매개로 안 전 대표나 김 전 대표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외교관 출신인 반 총장이 외치(外治)를 맡고, 안 전 대표나 김 전 대표가 책임총리로서 내치(內治)를 담당하는 그림이다.

대선 시기도 관심이다. 헌재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처럼 약 두 달 만인 2월에 결론을 내린다면 ‘4월 대선’이 가능하다. 박 대통령 탄핵 사유가 노 전 대통령 때와 비교해 훨씬 복잡한 만큼 3, 4개월 이상 걸릴 수도 있다. 늦으면 ‘폭염 대선’이 될 수도 있다.

대선 주자별로 대선 시기 셈법은 다르다. 조직력이 탄탄하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는 대선을 조속히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주자들은 대체로 6월 정도가 적당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