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임명…정치적 전망은 먹구름
'브리지 게이트'로 청문회 난관·쿠슈너와의 '악연' 발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실세로 부상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향후 정치적 전망이 밝지 않다고 폭스뉴스가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가 공개한 '트럼프 1기 내각 예상 리스트'에 크리스티 주지사는 법무장관과 상무장관, 국토안보장관 등에 이름을 올렸다.

또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보좌진들을 인용해 법무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로 크리스티 주지사를 꼽았다.

하지만 크리스티는 '브리지 게이트'로 재판을 받고 있는 데다 트럼프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관계가 좋지 못해 차기 내각 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폭스뉴스는 전망했다.

브리지 게이트는 크리스티 주지사 측이 마크 소콜리치 포트리 시장(민주당)을 골탕먹이려고 2013년 9월 뉴욕 시와 포트리 시를 연결하는 조지 워싱턴 다리의 일부 차선을 막아 교통체증을 유발했다는 의혹이다.

소콜리치 시장은 크리스티 주지사의 재선을 지지하지 않아 정치적 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연방대배심은 지난 4일 브리지 게이트 공모 혐의로 기소된 빌 바로니 전 뉴욕·뉴저지항만청 사무차장과 브리짓 앤 켈리 전 주지사 수석 보좌관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이들의 최종 선고 공판은 내년 2월 21일에 열리며 측근들의 유죄 평결에 따라 크리스티 주지사가 다리 폐쇄에 연관됐다는 의혹 추궁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크리스티 주지사의 업무수행 지지도는 21%로 급전직하했다.

이에 따라 게다가 크리스티 주지사가 차기 내각에서 법무장관 등에 기용되더라도 브리지 게이트로 상원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공화당이 지난 8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연방 의회 선거에서 상원 52석을 차지하며 다수당의 지위를 지켰지만, 인사청문회를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다.

공화당 전략가인 론 본진은 "크리스티 주지사가 브리지 게이트에 관련돼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될수록 그의 정치적 운명은 더욱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의 남편인 쿠슈너와의 케케묵은 '악연'도 크리스티 주지사의 차기 내각 입성에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다.

뉴저지 주의 유명한 부동산 개발업자인 쿠슈너의 아버지는 2005년 조세 회피와 불법 선거자금 기부, 목격자 매수 등 혐의로 수감됐다.

당시 그를 기소한 연방검사가 바로 크리스티 주지사다.

당시 로스쿨에 다니던 24세의 쿠슈너는 아버지의 수감으로 부친의 사업 경영에 나서야 했다.

실제로 트럼프가 지난 7월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크리스티 주지사를 염두에 뒀으나, 쿠슈너가 이를 적극 반대해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쿠슈너는 트럼프가 가장 신임하는 존재로 대선 캠프에서 '그림자 선대본부장'을 하며 대선을 지휘한 '비선 실세'다.

그는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차기 정권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특히 쿠슈너는 트럼프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0일 백악관에서 처음 회동하는 시각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걸으며 담소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실리콘밸리의 거물급 인사 중 유일하게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한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겸 페이스북 이사가 '트럼프 이너서클'에 들어왔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허핑턴포스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브리지 게이트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크리스티 정권인수위원장이 낙마한다면 틸이 그 자리를 물려받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크리스티 주지사를 향한 트럼프의 신뢰가 깊은 만큼 트럼프 정부에서 크리스티 주지사의 존재감이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크리스티 주지사가 상원 청문회를 넘지 못하더라도 트럼프의 측근 자문역을 맡으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