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학계·여성' 고루 분포는 긍정적…모두 법원 경력은 한계

이번 대법관 후보 선정은 대법관 출신 다양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고심했지만 결과적으로 법관 중심의 인재 구성을 벗어나지 못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18일 이인복 대법관의 뒤를 이을 대법관 후보로 조재연(60·사법연수원 12기) 변호사와 이종석(55·15기) 수원지법원장, 김재형(51·18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 이은애(50·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추천했다.

현직 법관 2명과 변호사 1명, 대학교수 1명으로 대법관 출신 다양화를 위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창립 멤버인 조 변호사는 판사 출신이기는 하지만 11년만에 일찍 법복을 벗었다.

그는 2013년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를 역임하는 등 변호사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변호사로 통한다.

김 교수는 민법판례분석과 판례민법전 등 다양한 민법 저서를 편찬하고, 오랫동안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민사법 분야의 대가다.

양창수 전 대법관과 윤진수 서울대 교수 등의 뒤를 잇는 학계 권위자다.

이 원장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와 형사합의부장에 이어 파산수석부장과 서울고법 수석부장을 거치는 등 30년 가까이 법관으로 재직한 정통 법관이다.

법원행정처 통일사법연구반장을 맡아 남북 관계법 연구를 이끌기도 했다.

이 부장판사 역시 평생 재판만 해온 정통 법관으로 분류된다.

현재 여성 고위법관을 대표하는 몫으로 발탁됐다는 평가다.

두 법관 모두 실력과 인품을 인정받고 있다.

추천위원인 이형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변호사업계를 대표하는 후보 1명과 학계 후보 1명, 여성을 포함한 법관 후보 2명으로 구성된 이상적인 후보군 선정"이라며 "대법관 출신 다양화라는 국민적 바람을 최대한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非)법관 후보 2명 모두 법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법관중심의 인사정책을 버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후보 4명이 모두 법관이거나 법관 출신이라는 점은 법원이 여전히 법관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며 "사법연수원 수료 후 변호사업계나 학계에서 꾸준히 실력을 쌓아온 인재들에게도 대법관 문호를 더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수료 후 서울민사지법과 서울형사지법, 서울가정법원 등에서 판사로 11년 간 일했다.

김 교수도 서울민사지법 판사 등 3년 간 판사로 재직했다.

추천위는 지난해 8월에도 민일영 전 대법관의 뒤를 이을 후보로 강형주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과 성낙송 당시 수원지법원장, 이기택 당시 서울서부지법원장 등 3명을 추천해 법관 일색의 대법관 후보 선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조 변호사와 김 교수 모두 현재까지 20년 이상 변호사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온 만큼 단순히 '법관 출신'이라고 지적하는 건 지나치다는 반론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