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파 외무·브렉시트·무역장관…잔류파 재무·내무·국방장관

테리사 메이 신임 영국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일부 인선내용을 발표한 초대 장관 명단 6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외무장관으로 임명된 보리스 존슨(52) 전 런던시장이다.

유럽연합(EU) 잔류파였던 메이 총리는 탈퇴(브렉시트)파의 수장이던 존슨을 외교 수장으로 발탁하면서 잔류·탈퇴파를 아우르는 통합의지를 분명히 했다.

존슨은 브렉시트를 결정한 국민투표 후 차기 총리 0순위로 꼽히다가 러닝메이트로 나설 예정이었던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먼저 총리 경선 출마를 선언하는 '배신'을 하자 불출마로 돌아섰다.

존슨은 총리 경선에서 메이 총리와 맞붙었던 탈퇴파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 차관을 지지한다고 발표했으나, 레드섬마저 경선을 포기해 더욱 입지가 좁아지는 듯 했다.

내무장관 시절 당시 런던시장이었던 존슨과 여러 현안을 놓고 충돌한 메이 총리가 존슨을 외무장관으로 기용한 것은 대담한 화해의 제스처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아울러 브렉시트파를 외무장관에 앉혀 브렉시트 협상에 대한 외교계의 방해 공작을 방지하려는 계산도 엿보인다.

앞으로 존슨은 브렉시트 시대에 중국, 인도 등과 새로운 무역 협정을 조율하는 등 유럽 밖 국가와의 대외관계를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맡는다.

브렉시트 협상은 신설 브렉시트부가 담당한다.

금발 더벅머리와 직설적이면서도 화려한 달변이 상징인 존슨은 영국에서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정치인 중 한명이다.

그는 장관직은 처음이지만 자유무역 신봉자인 데다가 런던시장 시절 중국과 인도 등 세계 곳곳을 열심히 돌아다녀 외무장관에 적임자라는 평가도 있다.

캐머런 정부에서 2014년부터 3년간 외무장관을 지낸 필립 해먼드(60)는 존슨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재무장관으로 옮긴다.

빈틈없는 일처리로 유명한 해먼드는 재미없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스프레드시트 필', '박스 오피스 필' 등으로도 불린다.

이제 재정 강경파인 그가 브렉시트 여파로 침체와 불확실성이 우려돼 위태로운 영국 경제의 키를 잡는 중책을 맡았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기업인 출신으로 영국 재계, 금융계와도 탄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앞서 국방장관과 교통장관, 예비내각 재무장관도 역임했다.

해먼드는 과거 EU에 비판적인 EU 회의론자로 알려졌으나 브렉시트 캠페인 기간에는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했다.

브렉시트 협상을 주도할 신설 브렉시트 장관에는 EU 탈퇴파인 데이비드 데이비스(67) 하원의원이 기용됐다.

존슨을 외무장관에 임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부담을 브렉시트 지지자에게 맡기려는 취지의 인사라고 FT는 설명했다.

데이비스는 유럽 장관, 예비내각 부총리와 내무장관, 보수당 의장 등을 지낸 중진 의원이다.

2005년에는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에 패했다.

그는 EU 탈퇴 절차를 신속하게 밟아야 한다고 촉구해 앞으로 수개월 내에 구체적인 브렉시트 계획이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무역장관으로 임명된 리엄 폭스(54) 전 국방장관도 EU에 회의적인 우파 정치인이다.

2011년 로비스트 친구와의 관계가 논란이 돼 장관에서 물러났고, 이번 신임 총리 경선에 출마했으나 초반 탈락했다.

2005년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는 캐머런 전 총리, 데이비스 장관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영국이 EU를 떠나도 새롭게 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주장했고, 폭스는 이러한 주장을 실천으로 옮기는 임무를 맡았다.

메이 총리가 맡았던 내무장관 후임은 여성인 앰버 루드(52) 에너지장관이다.

정부 요직에 여성을 앉히겠다는 메이 총리의 의지가 반영됐다.

투자은행 은행원 출신인 루드는 새 내각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EU 잔류파 중 한 명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활발하게 EU 잔류 캠페인을 펼쳤으며, 앞으로 브렉시트 핵심 이슈인 이민 문제를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다룬다.

경찰 개혁 등 메이 총리가 내무장관 시절 역점을 둔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각 대수술'이 이뤄지는 가운데 2014년부터 국방장관으로 일한 마이클 팰런 장관은 유임됐다.

그는 시리아 내 영국군 작전을 지휘해왔다.

캐머런 전 총리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이자 브렉시트 반대론자였던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외무장관에 유력하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초반 발표된 장관 6명 중에 포함되지 않았다.

메이 총리는 그동안 내각에서 오즈번 장관과 여러 차례 의견 충돌이 있었으며, 그를 내각에 두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즈번 장관은 트위터에 "지난 6년간 재무장관을 맡아 영광이었다"고 퇴임하는 소회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