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노동자에게 갑질하는 교수…성적·출석 조작하는 학생들

지난 12일 오전 4시께 강원 춘천시 퇴계동의 한 아파트 앞으로 제네시스 승용차가 멈춰 섰다.

운전자 A(64) 씨는 인도 보도블록 교체를 위해 놓인 가로·세로 20㎝의 대리석으로 된 보도블록 7장을 자신의 차량에 실었다.

자신이 가꾸는 텃밭 진입로에 깔기 위해서였다.

A 씨의 범행은 1시간여 만에 꼬리가 잡혔다.

범행을 목격한 인근 주민이 경찰에 신고해 동면 만천리에 있는 자신의 텃밭에서 붙잡혔다.

조사결과 A 씨는 춘천 지역의 모 국립대 교수로 밝혀졌다.

A 교수는 뒤늦게 후회했으나 자신은 물론 학교 이름에도 먹칠한 뒤였다.

'지성의 상아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학교수는 물론 교직원과 학생까지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탈 행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 학생·노동자에게 '갑질'하는 교수들…동료 폭행에 대마 재배까지
자신이 대표를 맡은 학회 사무실에 취직시킨 제자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년간 가혹 행위를 일삼은 주동자는 대학교수였다.

경기도 K 대학교 장모(53) 교수는 제자 B(30)씨가 업무에서 실수한다는 이유 등으로 2013년 3월부터 약 2년간 B 씨를 수십 차례에 걸쳐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B 씨의 손발을 묶고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운 채 40여 차례에 걸쳐 호신용 스프레이를 얼굴에 쏘거나 인분을 모아 강제로 먹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엽기적인 행각에 장모 씨의 제자들도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2심에서 각각 1년 6월∼8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지난달 22일 전주에서는 학내에서 건설노동자를 도둑으로 몰아 때린 혐의(폭행)로 기소된 전북 모 대학교 교수 C(55) 씨에게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됐다.

C 씨는 2014년 5월 1일 오후 2시께 학교 1층 정수기에서 페트병에 물을 받아 나오려던 건설노동자 D(48) 씨의 얼굴을 모자와 손바닥으로 30여 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시 C 씨는 "여기 사무원이냐"고 물었고 D씨가 "아니다.

커피 한 잔 마시러 왔다"라고 대답했을 뿐이었다.

이에 C 씨는 "너 도둑놈이지. 너 여기 왜 왔어"라며 D 씨의 모자를 벗겨 모자와 손바닥으로 폭행했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는 "피해자가 학교에 들어간 이유를 밝혔는데도 피고인은 이를 믿지 않고 도둑으로 몰아 피해자의 얼굴을 30여 차례 때려 그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충남 모 대학 교수는 지난해 4월 같은 학과 교수 6명과 고스톱을 하던 중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둘렀고, 대구 모 대학 교수는 아파트 발코니에서 재배해 수확한 대마 잎을 말려 수년간 상습 흡연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에서는 4·13 총선 예비후보자를 돕고자 허위 여론조사를 한 대학교수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도 했다.

◇ 실연의 아픔을 애꿎은 차량에 분풀이…성적·출석 조작에 몰카 찍는 학생들
지난 3월 13일 강원 춘천시 석사동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 19대 보닛과 앞유리, 백미러, 차량 지붕 등이 부서진 채 발견됐다.

이 황당한 사건의 범인은 '실연한' 대학생이었다.

춘천 모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26) 씨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부모님이 이혼하는 등 속상한 마음에 술을 마시고 범행을 저질렀다.

김 씨는 불과 20여 분 만에 100m가량 주차된 차량 위를 걸어 다니며 차량 위에서 뛰거나 걸터앉아 백미러 등을 부쉈다.

제주 모 대학교 학생 송모(26) 씨는 지난 3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내 인사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침입해 채용 담당자 컴퓨터를 조작, 필기시험 성적을 합격권으로 올리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을 추가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인천에서는 재학생이 대학 전산시스템을 해킹해 사이버 강좌 출석을 조작했다가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다.

이 학교 재학생 7명은 지난해 여름 계절학기 사이버 강좌를 들을 수 있는 'e-러닝 시스템'을 해킹해 출석 기록을 조작한 것으로 대학 조사결과 드러났다.

학생들의 도를 넘은 범죄에 학교 측은 사건 이후 관련자 7명 모두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리고 해킹당한 전산시스템을 보완해야 했다.

'몰래카메라' 사건도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10월 울산에서는 여학생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남학생이 적발됐고, 앞서 같은 해 6월 용인에서는 한 남학생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던 여학생을 칸막이 아래로 휴대전화를 집어넣어 촬영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또 최근 춘천에서는 모 대학 조교가 과 사무실 책상 아래에 캠코더를 두고 여학생의 신체 부위를 촬영하다 피해 학생의 신고로 입건돼 얼굴을 들지 못했다.

'지성의 상아탑'이어야 할 대학 구성원들이 이처럼 엽기적이고 도를 넘은 행위를 일삼지만, 사후약방문식 대처만 있을 뿐이다.

대학마다 징계 규정도 달라 징계수위도 제각각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제 식구 감싸기 조직 문화에 급급해 일탈 행위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교육부가 나서서 징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제재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형민우 김근주 이주영 변지철 류수현 차근호 신민재 백도인 박영서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