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학자 "아베 총리, 난징을 먼저 찾아 사죄해야…일본 피해자 행세안된다"

중국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廣島) 방문에 앞서 일본 총리가 일본군에 의해 대학살이 벌어진 난징(南京)을 찾아 사죄해야 한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아울러 2차대전이 1937년 일본의 중국대륙 침략에서 시작됐다는 점, 그리고 히로시마가 난징대학살을 저지른 일본군 사령부가 위치했던 점 등을 거론하며 일본이 전쟁 피해자로 이미지 세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중국 관영매체들이 12일 주장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구이융타오(歸泳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의 기고문을 인용,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할 수 있다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난징을 찾아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이 교수는 "중국은 원자폭탄 투하가 초래한 비극을 동정하고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이상에 찬성하지만 히로시마를 얘기할 때는 단지 이념적 주장만 꺼내놔서는 안 되고 역사적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먼저 일본 군국주의가 발동한 중국 침략전쟁이 중국에 가져온 손실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이 2차대전의 피해자 행세를 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이번 방문이 정치적으로 악용된다면 미국이 일본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정치 않는다는 인상을 사람들에게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참고해 일본 총리도 응당 대학살을 저지른 난징 방문을 추진해야 한다"며 "난징 방문이 현실화된다면 중일 양국의 과거사 문제 해결에서 큰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수파가 득세하고 있는 일본 정치권에서 일본 총리의 난징 방문이 실현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구이 교수는 덧붙였다.

중국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는 '히로시마에 드리운 난징의 그림자'라는 제하 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일본측이 '사죄'의 의미로 덧칠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2차대전이 러시아인 2천700만명, 중국인 1천600만명, 유대인 600만명을 포함해 모두 8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점을 상기시키며 조기 종전을 위한 미국의 히로시마 원폭투하가 미국인, 일본인 수백만명의 희생을 줄였을 것이라는 가정을 제기했다.

특히 서방에서 늘 간과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로 2차대전이 1939년 9월 독일 나치의 폴란드 침공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1937년 7월 일본의 중국 대륙 침략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들었다.

일본은 1937년 7월 7일 발생한 노구교(蘆溝橋) 사건을 빌미로 삼아 중국을 3개월만에 점령하겠다고 호언하며 전면전을 개시했다.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을 손쉽게 장악한 일본군은 곧 양쯔강 일대로 전선을 확대해 상하이에 이어 공략전을 펼쳤던 난징에서 대학살 만행을 저질렀다.

중국측 주장에 따르면 난징을 함락시킨 일본군은 부녀자들을 성폭행하고 살해했으며, 항복한 중국군 포로와 비무장 민간인을 창고에 몰아넣고 무차별 사격을 가하는 등 30만명을 학살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하는 히로시마는 당시 양쯔강 유역 공략전과 난징대학살에 참여했던 일본군 제5사단 사령부가 있었던 곳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원폭 피해의 상징적 도시가 된 히로시마 방문을 즈음해 일본이 비핵화 이슈를 들고 나선 점은 이해할만 하다"면서도 "(오바마 대통령과 동행하는 일본 총리가) 히로시마로 가는 길은 그에 앞서 8년전에 벌어졌던 난징대학살 현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