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장기화땐 자동차ㆍ전자업체들 명암 엇갈릴듯

재계팀 = 재계는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에 애도하면서 연이은 일본 기업의 조업 중단이 글로벌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일본 강진이 발생하자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향후 기업 경영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본 지진이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와 별개로 일본 기업의 잇따른 조업 중단이 한국 제조업체들에 미칠 영향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의 제조업종이 전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자 겸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제조업체의 경우 일본 내수 시장에 진출한 경우가 거의 없어 이번 일본 지진이 일본 제조업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자동차, 전자, 정유 등 일본 제조업체들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 아이신 세이키는 구마모토시에 있는 공장 두 곳의 조업을 중단했다.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업체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도 14일 이후 공장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혼다는 오즈마치에 있는 오토바이 공장의 가동을 내주 초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전자회사 파나소닉의 구마모토 공장은 가동을 멈췄다.

나가사키현 이사하야에 있는 소니 반도체 공장은 가동을 일부 중단했다.

미쓰비시전기도 반도체 공장 등 구마모토 현에 있는 공장 두 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일본 최대 정유사인 JX니폰오일앤드에너지(JXNOE)는 오이타 현에 있는 정유공장의 석유선적을 16일 오전부터 중단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수많은 일본 제조업체들이 피해를 봤다.

당시 도요타의 경우 일본 내 부품 업체에 의존도가 심했으나 지진으로 타격을 받지 않도록 부품 공급선을 한국 등 다른 나라로 다변화했다.

이번 구마모토현 지진에서도 일본 제조업체들이 피해를 봤으나 이미 협력사가 전 세계로 포진돼 있어 운영에 치명타를 입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복구 등에 따른 일시적인 공장 운영 정지로 생산 차질은 일부 불가피할 것으로 국내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내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산업의 경우 우리가 일본에 수출하지 않기 때문에 겹치는 부분이 없다"면서 "해외 시장의 경우에서도 도요타만 해도 세계 각국에 생산 공장이 있어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지역 인근에 공장을 둔 소니, 파나소닉 등 전자·반도체 업체들의 피해가 잇따르면서 국내 전자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니는 이미지센서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점유율이 40%를 넘는다.

가동 중단이 한달 이상 장기화한다면 업계 판도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소니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소니에서 이미지센서를 공급받는 업체들은 다소 긴장된 분위기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LG전자는 소니의 이미지센서를 채용한다.

소니에서 반도체 칩을 받아 LG이노텍이 카메라모듈을 만들어 LG전자 등에 납품하는 구조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인 공급 차질에 대비해 우선은 이미지센서 재고를 소진하게 될 것"이라며 "소니의 공장 가동 중단 규모나 재개 시점 등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으므로 영향을 쉽게 내다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일부 거래처가 바뀌고 업체에 따라 이해득실이 나뉘겠지만 일단은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복구가 이뤄지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