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추가 시기상조" vs "관광객 위해 더 늘려야"

정부가 시내면세점 추가와 특허기간 연장·갱신 허용을 검토하면서 면세점 업계 내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로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에서는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등을 놓고 탈락 업체와 신규 면세점의 의견이 극명히 갈렸다.

롯데는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시내 면세점 추가와 월드타워점의 영업 재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규 면세점들은 특허 추가 요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시내면세점 신설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유력…신설 요건 논란
발제를 맡은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수출성장세가 둔화하는 우리나라는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성장에 대한 면세점산업의 기여도를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한 제도 개선안은 신규특허 발급요건 및 면세점 시장진입 완화 필요성, 특허기간 연장 및 갱신허용 여부 등을 담고 있다.

최대 쟁점은 롯데 월드타워점과 SK 워커힐점의 운명을 좌우할 시내 면세점 추가 방안이다.

지금처럼 특허제로 운영하되, 신규 특허를 부여해 시내면세점을 늘리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연구원은 공청회 자료가 특정안을 예단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신규 특허 추가 발급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규 특허와 관련해 이날 논란이 된 부분은 추가 발급 요건이다.

현재 관세청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 규정된 면세점 신규 특허 발급요건은 전년도 시내면세점 전체매출액·이용자의 외국인 비중이 50% 이상일 것, 광역지자체별 외래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30만 명 이상 증가할 것 등이다.

사전에 공개된 발표 자료에는 서울 지역 외국인관광객이 지난해 전년 대비 88만명 증가해 방문자 수에 대한 특허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언급됐다.

그러나 신규면세점에서는 88만명 증가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추정치이며, 실제로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은 감소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 등으로 방한 외국인 전체 관광객은 6.8%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은 2003년 이후 12년 만이다.

권희석 에스엠면세점 대표는 "작년 서울의 외국인관광객이 늘었다는 점이 사실이 아니라면 시내면세점 추가 방안 철회를 요구한다"며 "지금 상태에서 면세점이 추가로 진입하면 한국 면세점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연구위원은 "2015년 수치는 공식적인 통계가 발표되지 않아 추정치를 참고용으로 넣은 것"이라며 "공식 통계가 있는 2014년은 전년에 비해 서울 관광객이 157만명 증가해 요건이 충족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 신세계디에프, 두산, 에스엠면세점 등 면세점 신설에 반대 의사를 밝힌 신규 면세점 사장단이 나란히 참석했다.

반대로 롯데면세점 노동조합, 송파구의회, 송파잠실관광특구협의회를 비롯한 롯데와 워커힐면세점 관계자들도 객석을 채웠다.

◇ 특허기간 10년 연장·갱신될 듯…'생존경쟁' 전망
5년 '시한부' 특허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특허기간은 10년으로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특허 자동갱신도 개선안에 포함된 주요 항목이다.

갱신 방안으로는 1회 허용해 20년의 운영기간을 보장하는 방안, 특허심사에서 제출한 공약에 대한 이행 보고서를 정례적으로 평가하고 갱신 심사에서 활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특허기간 연장과 자동갱신은 업계가 한 목소리로 요구해온 사안이지만 소급적용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나왔다.

최 연구위원은 발표자료에서 "특허기간 연장과 갱신은 기존의 제한적 특허기간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의 측면이므로 현행 기업에 대해서도 소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규 면세점들은 소급 적용은 시내 면세점 추가와 더불어 롯데, SK 등 특정 탈락 업체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의 사회를 맡은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소급 적용은 입법 사안이기 때문에 발표된다고 그대도 되는 것이 아니며 추가적인 고려사항이 있다"며 "탈락 업체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과잉 해석"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들 간에도 면세점 제도 개선 방향과 시내면세점 추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회 위원은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사업자들이 경매를 통해 특허권을 가져가야 한다"며 면세점에 경매 제도를 도입하자는 서명운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학원장은 "제도 개선 방안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정책적인 일관성을 주문했다.

최노석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부회장은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의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관광객이 몰리고 쇼핑하기 좋은 곳에 면세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수렴해 이달 말까지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내면세점이 추가될 경우에는 신규 티켓이 몇 장 주어질 지가 관건이다.

신규 특허 수에 따라 다시 '면세점 대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와 SK의 참여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새로운 후보들도 나설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현대백화점은 전날 시내면세점에 신규 사업자를 대거 참여시켜야 된다며 사실상 재도전 의사를 표명했다.

면세점이 늘어나면 업체 간 생존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63, SM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두산면세점 등 신규면세점, 기존 업체들과 새로 추가되는 업체까지 명품 브랜드 입점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놓고 무한경쟁을 펼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