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산업 빅뱅] "세기의 대국, 구글의 진짜 속내는 AI 인재 확보"
구글이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를 개발해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을 벌인 건 세계 최상급 AI 연구인력을 확보하려는 방안의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구글의 앞선 AI 기술력을 알리면 구글에서 연구하길 원하는 우수 인재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15일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겸 알파벳 사장의 한 측근에 따르면 브린 사장이 최근 “AI를 연구할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현재 구글에는 핵심 인력이 10여명에 불과하다”며 “능력 있는 인재들이 이번 대국을 보고 구글에서 연구하길 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I 분야에서 구글과 경쟁하는 페이스북도 이 같은 구글 측 의도를 간파하고 대응책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1월 과학학술지인 네이처가 알파고 논문을 발표하기 몇 시간 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내부적으로 추진 중인 AI 바둑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소개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와이어드는 “저커버그가 네이처 논문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어 “두 회사 간 AI 경쟁은 단순히 누가 바둑을 더 잘 두느냐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어느 쪽이 더 뛰어난 AI 연구자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구도”라고 덧붙였다.

구글의 최대 강점은 데이터 수집능력이다. 한국 중국 러시아를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구글의 검색 점유율은 부동의 1위다. 구글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78%로 중국 바이두(9.9%), 야후(4.9%) 등 경쟁사에 크게 앞서 있다. 세계에서 쏟아지는 구글 검색 건수만 하루 35억건에 달한다.

위기 의식을 느낀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이 독자 검색엔진 개발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자크 시라크 정부가 2005년 ‘문화 영토 회복’을 내세워 개발한 검색 엔진 ‘콰에로’는 2013년 말 문을 닫았으며 독일의 테세우스나 일본 정보대항해 등 비슷한 프로젝트도 같은 운명에 처했다.

구글은 모바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오지에서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 룬’,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구글 피버’ 등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구글의 정보 독식 현상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황문기 서강대 미래기술원 교수는 “AI 기술의 핵심 요건이 빅데이터인데 이 같은 관점에서 구글은 AI를 연구하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평가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