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신임 산업은행 회장(68)은 12일 “기업 구조조정의 원칙을 확실히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임직원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취임식에서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기업의 부실이 반복되는 것을 우선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산업은행 관리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해양플랜트사업 부실로 갑자기 5조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낸 것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선제적 구조조정 할 것”

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잠재적 부실요인으로 재무구조가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와 관련, 기업 구조조정의 원칙이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구조조정 원칙으로 “자구노력이 없는 기업,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결단을 하겠다”고 밝혔다. 예전처럼 외부 입김에 휘둘려 자구노력을 하지 않거나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무차별적으로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선제적 구조조정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기업 경쟁력 강화와 산업구조 개선을 지원하고 국가 경제가 선순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출신으로 기업 구조조정 경험이 없다는 일부 우려에는 “과거 신한캐피탈 사장 시절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 등의 업무를 했고 굿모닝신한증권 사장 재직 땐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투자은행(IB) 업무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이 산업은행의 비금융 자회사 매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해외시장 개척하겠다”

산업은행의 향후 역점 사업으로는 해외 진출을 꼽았다. 이 회장은 “좁은 국내 시장에서 낮은 마진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것보다 크고 넓은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며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세계 10위권 국가 경제 규모에 걸맞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업은행이 금융의 큰형과 같은 모습으로 세계 시장에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확보해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산업은행만의 브랜드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은행은 강력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만 개혁이나 변화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며 “산업은행만의 색깔을 가진 일등 분야, 일등 상품을 만들어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임직원에게 개혁과 변화의 중심이 돼달라며 격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답은 혁신과 변화, 절실함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은행과 증권, 캐피털 등을 두루 거친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낙하산 인사라는 일부 비판을 극복하는 게 당면과제다. 그러기 위해선 금융당국 및 다른 채권은행과의 긴밀한 협력을 토대로 현대상선 처리 등 기업 구조조정 현안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이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