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한복, 도자예술로 재현했죠"
“스페인 야도르, 독일 마이센 등 유럽의 다양한 도자 인형을 보면서 조선시대 복식을 한국 전통 도자기에 재현해보고 싶었다. 나만의 참신한 길을 가고 싶은 마음도 한몫했다.”

여성 도예작가 오주현 씨(48·사진)가 2007년 가을 오스트리아 빈을 여행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오씨는 명동에 작업실을 차리고 본격적으로 복식 도예 제작에 나섰다. 앞만 보고 숨가쁘게 달려온 지 벌써 8년. 최근에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G-공예 페스티벌, 대한민국디자인전람회, 대한민국 공예품 대전에서 큰 상을 받았다.

국내 처음으로 ‘복식 도자기 예술’을 시도해온 오씨가 그동안 조선시대 왕실과 사대부, 기생 등의 복식을 도자기에 재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오는 16~23일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여는 개인전을 통해서다. 전시 주제는 ‘흙으로 조선의 옷을 짓다’. 조선시대 왕실에서 주로 입었던 한국 전통 오방색 한복을 도자기에 재현한 인형 30여점을 소개한다. 궁중 대례복부터 기녀의 화려한 한복까지 단아하고 기품 있으면서 멋스러움이 더해진 도예 작품들이다.

오씨는 “한복의 역사의식, 시대성, 영원성을 투영하는 데 역점을 두면서도 궁중 여인들의 복식 속에 감춰진 다양한 스토리를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조선시대 여인의 복식을 철저히 고증해 재현하는 한편 여인들의 삶과 애환을 인형을 통해 표현해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조선시대 복식사를 연구하고 궁중 여인들의 머리 모양, 장신구 등 시대적 배경에 맞는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조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복식 고증을 위한 연구도 필요했다. 한양여대 미술과를 나온 그가 지난해 이화여대 대학원에 진학한 까닭이다.

그는 한복에 깃든 미의식을 흙으로 빚어내려 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은 쉽사리 만날 수가 없었다. 축구선수가 공을 잡아도 매번 골을 넣지 못하는 이치와 같다. “제 작품은 1250도 이상에서 제작됩니다. 청자나 백자를 굽는 온도와 같기 때문에 초벌, 재벌, 삼벌 작업까지 해야 하죠. 고온에서 흙이 무너지기 때문에 섬세한 한복의 미를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이를 견디면서 표현하는 방안을 찾는 게 숙제입니다.”

오씨는 올해부터 복식 도자 인형을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상품(K-doll)으로 개발해 해외시장에 알릴 계획이다. (02)734-133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