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7차 당대회·경제강국 건설 총력…대남 비난 수위 높여"
양무진 "남측에 대한 기존 입장 재확인…남북정상회담 제의 가능성"
정성장 "남북관계 개선 강조하면서도 남측 비판적 입장 취해"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1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발표한 새해 신년사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보다는 경제 강국 건설과 주민 생활 향상 등 경제 부문에 방점을 뒀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인 점에 비춰 올해 남북관계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문가의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남측에 대한 기존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일 뿐 비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북한이 올해 남북정상회담 제의의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쳤다.

또 김정은 제1위원장이 대외 부문에서 핵문제를 언급하지 않아 북중관계의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더 심화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김정은이 제7차 노동당 대회와 경제 강국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해 올해 모든 주요 정책 방향은 7차 당대회 포인트에 맞추고 있고 경제 부분에 올인하겠는 것을 보여준다.

또 청년을 부각시키면서 청년 역할을 강조해 세대교체 흐름을 명확히 하겠다는 뜻도 간접적으로 표시했다.

'경제·핵 병진노선'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북중 관계, 즉 중국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대선 국면에서 핵 문제를 이슈화시켰을 때 미국을 움직일 수 여지가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 같다.

핵을 강조하면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감수할 밖에 없는데 이제 더는 대북제재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 역시 인민생활 개선에 '올인'하겠다는 것과 연결된다.

남북관계 부문에서 대남 비난 수준이 작년과 판이하다.

비난 수위가 세고 그 내용이 세밀한 부분까지 언급돼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담화 수준에 달할 정도다.

여기에는 김양건 당비서의 사망도 영향을 준 것 같다.

지금 남북관계가 출구를 못 찾는 상황에서 그 원인과 책임을 남측으로 돌리면서 공을 남측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남측이 움직여야 북측이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

대남 부분에서는 강경 기조를 유지해 당 대회 앞둔 상황 내부 체제를 결속하려는 의도도 있다.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민감한 부분에 대해 수위를 조절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핵 언급이 빠졌다.

미국에 대한 언급도 기존과 비교해 큰 변화는 아니다.

남측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일 뿐 비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의례적으로 하는 얘기다.

핵-경제 병진 노선을 강조하지 않은 것은 올해 5월 7차 대회 때까지 중국 등 주변국들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두 번째로 정책 제시가 없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5월 당 대회까지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5월 7차 당 대회서 뭔가 새로운 경제 정책, 통일 방안, 특히 핵과 관련한 정책이 나오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통일 문제와 관련해 남북간 정상회담을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이 "통일을 바란다면 누구라도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오늘 통일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김정은이 민족 문제, 통일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는데, 논의의 대상은 결국 남측 대통령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은 이 정도까지만 수위를 조절해놓고 7차 당 대회 때 새로운 통일 방안을 내놓고 새로운 정상회담을 제의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본다.

신년사의 순서가 대체로 경제, 군사, 정치, 사회, 문화. 그다음 대남, 대외 등 순이었는데, 경제를 앞세운 것은 인민 중시, 인민 생활 향상을 염두에 둔 것이다.

결국 올해 방향은 인민 중시, 인민 생활 향상,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군사와 정치가 후순위로 갔다는 것은 나름 북한 내 군사와 정치가 안정화돼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미국에 대해서는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했는데, 북한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올해 미국 대선이기 때문에 원론적인 수준에서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본다.

이것은 결국 미국 대선을 감안해서 현재 행정부하고는 대화하지 않고 차기 정부와 대화하려고 평화협정 등을 제시만 한 것으로 판단된다.

◇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오늘 신년사를 통해 자주통일의 새시대를 열어나가자고 주장하면서 남조선 당국자가 통일문제를 외부에 청탁하고 있다고 비난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외교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통일 문제를 민족 자체의 힘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과 남한이 침략전쟁 연습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올해에도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제1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하면서 남한이 평화통일을 바란다면 6·15 선언과 10.4 공동선언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함으로써 2000년과 2007년의 남북정상선언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계승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현 남한 정부가 사실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다.

김정은이 또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마주앉아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란 입장을 밝힘으로써 제1차 남북당국회담이 결렬된 상황에서 남북 당국 간 대화에 연연해 하지 않고 과거 김일성이 남한의 주요 인사들과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통일전선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김정은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남한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 남한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어 올해 남북 당국 간 대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만 이봉석 기자 ym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