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소설가가 되려면 소설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자꾸 잊어버렸다. 스물아홉 살의 가을, 회사를 그만뒀을 때부터 소설 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소설가라는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고, 소설을 쓰되 계속 써야 하고, 내 글이 넌더리가 나고 지긋지긋해도 끝까지 써야 한다고 나 자신을 달래며 닦달했다.

그러던 중 시간이 흘러 ‘집 떠나 집’을 썼다. 포기하고 싶다는 고질병이 도지는 바람에 발뺌하며 도망칠 뻔했다. 지금이 아니면 이 글은 영영 끝맺지 못한다는 마음으로 버티며 자판을 두드렸다. 내 안에서 밖으로 이야기가 스며 나온다는 생각에 즐겁던 순간도 많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행복했다. 그 글, 그 이야기로 이번에 내가 소설가라는 이름을 얻게 된 모양이다.

소설가란 소설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소설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진작 알았다면 좋았겠다.

“진실한 문장 하나, 가장 진실한 문장 하나를 쓰면 된다”고 어느 대가가 말했다는데, 진실한 문장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그것도 ‘가장’ 진실한 문장이라니. 이렇게 어리둥절해하면서도 나는 진실한 문장을 그리워한다.

진심을 다한 문장 속에 진실을 담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앞으로 또 긴 시간이 걸린다 해도, 그 꿈이 이뤄지면 좋겠다.

부족한 글을 읽고 뽑아 주신 심사위원들께 고개 숙인다. 등을 두드리는 손길이자 바싹 조이는 고삐로 알겠다. 큰언니와 작은언니는 나보다 더 크게 기뻐해줬고, 시부모님은 나보다 더 오래 기도해주셨다. 새해 벽두, 내 얼굴이 실린 신문을 사보겠다고 한 성숙이에게도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엄마와 남편. 엄마는 나를 태어나게 했고, 남편은 나를 꿈꾸게 했다. 고맙다.

하유지 씨는

△1983년 서울 출생 △단국대 문예창작과 졸업 △프리랜서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