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젠 지도부가 날 받아들일 때…착각해 큰 실수 하지 말라"

미국 공화당 지도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 카드를 놓고 당 경선 레이스 선두그룹에 속한 도널드 트럼프와 벤 카스 후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아웃사이더'인 자신들을 밀어내고 당 주류 후보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룰'을 바꾸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13일(현지시간) CNN의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에 나와 "당 지도부는 나에게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며 "지도부가 중재 전당대회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부정확한 것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후보는 "나는 (당 지도부의) 밀실회의에 대한 얘기를 들어왔으나, 이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나는 서약서에 서명을 했다.

그러나 그 서약서는 이중거래였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나는 애초부터 수표의 이면에 해당하는 존재 같은 것이었다"며 "죄송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당 지도부도 나에게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을 꺾을 적임자가 자신이라며 공화당 지도부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지도부가 큰 실수를 하는 것"이라며 "힐러리를 꺾을 사람이 나인데 지도부가 착각들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재 전당대회는 1952년 당시 일리노이 주지사였던 아들레이 스티븐스를 민주당 후보로 선출하는 데 사용된 것을 끝으로 미국 정치사에서 사라졌다.

경선에서 특정 후보가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당이 '중재'에 나서 후보를 뽑겠다는 것으로, 다수결 원칙에 위반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화당으로서야 막말 파동과 자질 논란으로 본선 경쟁력이 근본적으로 의심스런 트럼푸 후보를 배제해보려는 고육지책으로서 이 카드를 검토하고 있지만, 트럼프 후보나 그와 비슷한 상황에 놓일지 모르는 카슨 후보에겐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카슨 후보는 이날 ABC방송의 '디스 위크'에 나와 "나는 밀실거래와 속임수, 부정직한 행태에 식상한 사람들이 좌절해 하는 것을 들었다"며 "만일 중재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나는 나갈 것"이라고 말해, 탈당 가능성을 거듭 경고했다.

앞서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은 지난 7일 공화당 유력 인사들과 만찬 회동을 하고 중재 전대를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카슨 후보는 프리버스 위원장으로부터 정례적 회의였고 중재 전대 개최와 관련한 밀실회의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경계감을 풀지 않았다.

만일 탈당이 현실화될 경우 그 이후의 행보를 놓고는 트럼프와 카슨 후보가 차별화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직접으로 탈당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당이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으면 언제든 탈당해 제3당 또는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밝혀왔다.

따라서 당의 중재 전당대회 준비 움직임이 구체화될 경우 탈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USA투데이와 서폭 대학의 지난 8일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후보의 지지자 중 68%가 그가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카슨 후보는 지난 11일 ABC 방송에 나와 "나는 무소속으로 출마할 의도가 없다"며 "다만 부패의 한 부분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탈당하면 독자적으로 대선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