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13년전의 데자뷔'…"민주적 정통성 무시는 대의 명분없어"
"민주적 절차 선출된 당 대표 중심 두달만 화합해 새 모습 보이자"

새정치민주연합 내홍 사태 속에서 문재인 대표사퇴론과 맞물려 탈당·분당론까지 고개를 들자 당 일각에서 2002년 '후단협(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악몽'의 데자뷰(기시감)를 떠올리는 흐름이다.

2002년 10월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15%대로 주저앉자 당내 반노(반노무현)·비노(비노무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다크호스'로 떠오른 정몽준 의원과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후단협이 출범했다.

이 과정에서 집단 탈당 사태가 빚어졌으며 당 일각에서 후보 교체론까지 고개를 들면서 민주당은 엄청난 내홍에 휩싸였다.

결국 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진 뒤 극적인 대선 승리로 귀결됐지만 그 과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문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요즘 당 상황을 보면서 13년전 후단협 사태가 많이 오버랩된다"며 "그동안 우리 당이 국민에게 안정감을 못 준데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정당하게 선출된 사람을 흔들어대며 지도부를 자주 교체한 점도 한 몫 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전병헌 최고위원도 이날 '13년전의 데자뷰'라는 성명서를 내고 "지금 문 대표 사퇴론을 보면 2002년의 데자뷰를 보는 느낌"이라며 당시 후단협 주장에 대해 "현실적 고민일 수는 있겠지만 정당 민주주의에 기초한 민주적 정통성을 무시하는 것은 대의와 명분이 없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나는 당시 9∼10월 두달만이라도 당이 단합하고 혼신을 다해 지원해보고 그럼에도 노 후보 지지도가 오르지 않아 정권재창출이 어렵게 된다면 후보 양보를 요구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며 "결국 당은 급속히 단합했고 두달 뒤 노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에 나설 정도로 지지도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전 최고위원은 "우리 당 60년의 자랑스러운 문화는 승복의 문화이자 민주적 정통성 존중의 문화로, 대의와 단합으로 일궈낸 승리를 기억하자"며 "지금 이 시간 서로의 감정을 잠시 억누르고 자랑스런 문화를 회복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 당 대표를 중심으로 단 두 달만이라도 서로 화합하여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자"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지지도 복원에 실패한다면 나부터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