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싸움 비판 의식한 듯 동생엔 휴전 제의·日전문경영인에 공격 집중
'경영권분쟁 캐스팅보트' 종업원지주회에 '러브콜'도


롯데그룹 창업자 장남인 신동주(61)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자신을 몰아낸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에게 칼 끝을 겨눴다.

한일 롯데 경영권을 '실효지배'하고 있는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는 '휴전'을 제안했다.

신 전 부회장은 12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페닌슐라 호텔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일본 롯데홀딩스 및 롯데 계열사 이사직에서 해임되는 과정에서 쓰쿠다 사장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게 자신에 대한 허위 정보 및 과장된 정보를 제공했다며 쓰쿠다 사장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도쿄지방재판소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견에서 자신의 해임은 쓰쿠다 사장에 의한 허위 보고 때문이라고 주장한 뒤 "(허위보고는) 나를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중대한 규율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업 규모가 확대해 사업의 투명성이 요구되는 롯데 그룹에서 이런 현저히 부당한 방법에 의한 이사 해임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쓰쿠다 사장의 행위가 민법 709조에 저촉되는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이번 소송에 동의했다고 밝히고 "롯데를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절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씨의 이번 소송은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서 빼앗긴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신동빈 회장과 손잡은 일본 롯데의 전문 경영인을 공격한 것이다.

그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신 총괄회장에게 허위 및 왜곡보고 등으로 롯데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을 향해 칼을 겨눴다.

사태 수습을 위해서는 형제간에 대립할 것이 아니라 쓰쿠다 사장 및 홀딩스 일본 이사진과 싸워야한다"고 적는 등 동생에게 '휴전' 및 반(反) 쓰쿠다 연대를 제안했다.

신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롯데 26개사 이사직에서 해임됨에 따라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이후 지난 7월 아버지를 대동한 채 도쿄의 일본 롯데 본사를 방문해 쓰쿠다 사장 등을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등 복권을 노렸지만 쓰쿠다 등에 대한 해임 결정이 다음날 신동빈 회장에 의해 뒤집히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신 씨는 또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에 대해 "고령이지만 건강상태가 좋고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일 롯데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를 쥔 종업원지주회를 향해 발표한 메시지(지주회 및 직원들에게 드리는 메시지)에서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이 발생한 현 국면에서는 종업원지주회의 의결권 행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롯데홀딩스는 공정한 투표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 씨는 '신동빈 체제 추인'으로 끝난 지난 8월 17일 롯데홀딩스 임시 주총과 관련, "현재의 롯데홀딩스 경영진이 자신들 뜻을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종업원지주회에 촉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향후 사태의 조기 수습을 위해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함께 온 힘을 다해 노력해 상황을 바로 잡을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부디 창업의 이념으로 되돌아가 다같이 협력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구조는 ▲ 광윤사 28.1% ▲ 종업원지주회 27.8% ▲ 관계사 20.1% ▲ 투자회사 LSI 10.7% ▲ 가족 7.1% ▲ 임원지주회 6.0% ▲ 롯데재단 0.2% 등이다.

최근 광윤사의 지분 과반을 확보한 신동주 씨는 종업원 지주회를 우호지분으로 돌릴 경우 경영권 분쟁의 판을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씨는 자신이 이사직에서 물러나기 전 급여를 받아온 주식회사 롯데, 롯데상사, 롯데물산, 롯데부동산 등 4개사에 대해서도 회사법에 입각해 손배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한일 취재진 수십명이 자리한 가운데, 일본어로 진행한 신 전 부회장의 회견에는 롯데의 전 간부 도키와 마코토 씨가 동석했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