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슬픈 듯 흐린 날씨…차창 너머 움켜쥔 손 놓지 못해

22일 오전 11시20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단의 6차례에 걸친 상봉 일정 가운데 마지막 행사인 '작별상봉'이 끝나기 10분 전.

상봉 종료를 예고하는 방송에 이어 상봉장에 울려 퍼지던 노래 '고향의 봄'이 '다시 만납시다'로 바뀌었다.

예정된 이별에 먹먹하고 초조한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북측 안내원들이 순회하며 북측 가족들이 탑승해야 할 차량 번호를 알려줬다.

단장(斷腸)의 시간인 11시30분. 이윽고 북측 가족의 퇴장이 시작됐다.

북측 리병학(82) 할아버지 네 가족은 리 할아버지에게 절을 올렸다.

어느 명절에, 어느 만남에 다시 올릴 수 있을지 모를 절이었다.

남철순(82) 할머니는 동생 순옥(80) 할머니 품에 안겨 하염없이 울었다.

지팡이를 짚고 나가던 한 할아버지는 이별이 못내 아쉬운 듯 남측 가족이 앉아있는 뒤편을 향해 거듭 손을 흔들었다.

북측 여성 기자도 가족들의 사진을 찍으며 계속 울먹였다.

기약없는 이별이 주는 진한 눈물은 적십자 직원과 의료진을 가리지 않고 찾아 흘러내렸다.

북측 가족이 차량에 탑승하는 동안 남측 가족들은 가족들의 떠나는 모습을 단 1초라도 더 보고자 로비의 문으로 모여들었다.

이윽고 차량이 면회소 앞에 잠시 정차하자 남측 가족이 밖으로 나가도 된다는 방송이 나왔다.

남측 가족들은 버스로 뛰어가 연신 "어딨어, 어딨어"라고 외치며 북측 가족의 모습을 젖은 눈으로, 차창을 두드리는 손으로 찾았다.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오빠의 모습에 버스를 빙글빙글 돌며 "오빠 어디 갔어"라고 울부짖는 할머니도 있었다.

북측 관계자의 만류에도 북측 가족들은 버스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며 필사적으로 남측 가족들을 연신 불렀다.

가까스로 열린 차창으로 가족들은 서로의 손을 있는 힘껏 움켜쥐며 어떻게든 가족의 온기를 기억하려 애썼다.

남측 가족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금강산을 떠나 속초로 향했다.

4시간 가량의 그리 길지 않은 귀환 여정이지만, 언제 다시 지날 수 있을지 모를 '민족 비극'의 상징인 군사분계선(MDL)이 그들의 귀환길에 있다.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쌀쌀하고 흐린 날씨는 기약없는 향후 상봉을 또 애타게 기다려야 하는 서글픈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는 듯했다.

(금강산=연합뉴스) 공동취재단·이상현 기자 =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