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버버리는 최근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에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브랜드를 대표하는 대형 매장)를 열었다. 3년 가까운 준비를 거쳐 완공한 10층짜리 신축 건물로, 버버리의 상징인 트렌치코트와 체크무늬를 형상화한 화려한 외관이 눈길을 끈다.

이 매장의 조영완 점장은 “여성복, 남성복, 신발, 가방 등 버버리의 모든 상품을 갖췄고 건물 외관부터 내부 인테리어, 서비스까지 최고급”이라며 “백화점엔 없는 스카프 바, 슈즈 존, 테일러드 존 같은 특화공간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의 명품 메카’로 꼽히는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에서 세계적 패션업체들이 초대형 매장 신축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버버리와 디올이 큼지막한 새 매장을 연 데 이어 샤넬, 오메가, 까르띠에 등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디올이 지난 6월 세계 최대 규모로 선보인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는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5층 규모의 이 매장은 의류, 가방, 보석, 시계 등 디올의 모든 상품군을 갖췄으며 꼭대기층의 ‘피에르 에르메’는 디저트 카페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샤넬은 청담동 명품거리에서 거래된 부동산 중 역대 최고가인 3.3㎡당 2억8300만원, 총 700억원을 들여 5층 빌딩을 매입했다. 내년에 국내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오메가는 기존에 2층짜리 매장이 입점해 있던 건물을 통째로 임차해 5층 규모로 확장하는 공사를 최근 시작했다.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청담사거리까지 800m가 채 안 되는 이 거리는 매매가가 3.3㎡당 2억원 이상, 월 임대료는 3.3㎡당 50만~60만원에 이른다. 웬만해선 이익을 내기 힘든 수준의 땅값이다. 더구나 2~3년 전부터 불황의 여파로 명품시장의 성장세는 푹 꺾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명품업체들이 기싸움하듯 초대형 매장을 세우는 것은 청담동의 ‘상징성’과 함께 유명 명품 매장이 몰려 있는 ‘밀집 효과’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웨이크필드의 김성순 상무는 “1990년대 처음 형성돼 20년 이상 쌓아온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이 거리의 상징이자 자산”이라며 “국내에 청담동 명품거리를 대체할 만한 고급 쇼핑가는 아직까지 없다”고 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명품업체들이 매출이 잘 안 나오는 비효율 백화점 매장은 과감히 정리하는 대신 청담 매장에 투자를 집중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류 열풍과 함께 아시아 명품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점도 명품 업체들이 청담동을 주목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이 거리에는 중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늘고 있다. SM·JYP·큐브 등 한류 연예기획사 본사가 몰려 있는 데다 명품 쇼핑부터 결혼 준비, 성형수술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다는 매력이 부각되면서다.

청담동 명품거리에 매장을 두면 그 자체만으로 홍보 효과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신흥 명품’의 진입도 줄을 잇고 있다. 명품업체 A사의 청담점 직원은 “우리 브랜드가 청담에 매장을 낸다고 했을 때 ‘아! 드디어 들어가는구나’ 싶어 흥분되더라”며 “그만큼 청담은 이 업계에선 상징적인 곳”이라고 했다.

임현우/강영연 기자 tardis@hankyung.com /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