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양당정치 극복"…비노 신당 탄력 붙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파들을 중심으로 한 신당론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신당론은 당내 친노무현계에 대한 비노무현세력의 반감으로 분출돼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독자 세력화하려는 분위기다. 현재 야권 신당 추진 세력은 박준영 전 전남지사와 천정배 무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지난달 “새정치연합은 이미 국민의 사망선고를 받았다”며 탈당을 선언한 박 전 지사는 ‘신민당’이라는 이름으로 조만간 호남 중심 신당 창당 계획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당은 1967년 야당 세력이 통합해 만든 정당으로 197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당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박 전 지사는 “당초 10월 재·보궐선거 일정에 맞춰 창당을 준비해 왔지만 새정치연합이 재·보선을 1년에 한 번만 치르도록 법을 통과시켜 재·보선이 없어졌다”며 “급할 게 없으니 차분하고 신중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엔 정학영 전 순창군수 예비후보와 유영선 전 국가정보원 서기관 등 전북 순창지역 당원 100여명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했다. 박 전 지사와 영남지역 당원에 이어 벌써 다섯 번째 대규모 탈당이다. 당권 장악에만 열을 올리는 친노 세력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4월 재·보선에서 당선되며 신당론에 불을 지폈던 천 의원도 신당 창당을 저울질하며 물밑에서 세력을 모으고 있다. 천 의원이 최근 “야당 정치인 중에서 정동영만한 사람도 없다”고 말하면서 정동영 전 의원과의 연대설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탈당한 정 전 예비후보가 17대 대선 당시 정동영 후보 특보단장을 지내는 등 정 전 의원 측근이라는 점 때문에 정 전 의원이 이들 세력을 필두로 천 의원과 손을 잡아 신당 세력의 한 축으로 복귀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당내 비주류 좌장격인 김한길 전 대표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립의 양당정치 체제를 극복하자”며 “대한민국 역사에 부끄럽지 않는 정치를 위해 창조적 파괴와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김 전 대표 발언이 최근 신당 창당론 등 야권의 지형 재편 움직임과 맞물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지난 10일 전북지역 의원들과의 만찬회동에 이어 12일엔 전남지역 의원들과 만찬을 하는 등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 김상곤 혁신위원장도 “신당론자 중 본인의 기득권을 계속 누리거나 되찾으려고 움직이는 분들도 없지 않다”며 “당을 기득권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당내 신당론 차단에 나섰다.

당내에선 아직 신당이 당장 야권 전체 판을 흔들지 못할 거란 기류가 우세하다. 당원 중심 탈당이 이어지고 있지만 박주선, 조경태 의원 정도 외엔 현역 국회의원들의 신당 참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 핵심 당직자는 “창당자금도, 굵직굵직한 창당세력도 없는 데다 최근 안철수 의원 영입에 실패하는 등 신당을 아우를 만한 대선주자급 인사도 찾지 못해 창당 명분까지 힘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