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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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미술 시장이 대중화하면서 증시에서도 미술품 관련주(株)가 강세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미술 거래가 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판화, 사진 등이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술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맞물려 미술품 관련주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투자업계 시각이다.

서울옥션, 올 들어 주가 332% 증가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미술품 대표주인 서울옥션 주가는 올 들어 전날까지 무려 332.41% 치솟았다. 올해 초 5030원이던 주가는 2만1750원까지 1만6720원 불어났다.

최근 1개월 간 8% 넘게 올랐다. 범위를 6개월, 12개월로 넓혀보면 주가 상승률은 무려 281.8%, 604.7%에 달한다.

자전거 사업과 미술 전시사업을 병행하는 에이모션 주가도 올 들어 138.87% 급등했다.

범위를 최근 3개월과 1개월로 좁혀봐도 서울옥션은 21.85%, 5.84%, 에이모션은 59.43%, 44.14% 각각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술 시장 성장의 최대 수혜주로 서울옥션을 꼽고 있다. 올 들어 주가 급등이 이어지면서 최근 탄력이 둔화되긴 했지만 주가 상승 여지는 여전하다는 게 우세한 분석이다.

황인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울옥션의 올해 주당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8.5배로 최근 3년 평균 25.9배 보다 높다"면서도 "이익 성장 가시성과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미술 시장이 대중화하면서 서울옥션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란 점에 주목했다. 2012년 온라인 경매 이후 대중들의 접근성이 높아졌고 중저가 작품이 많이 출품돼 미술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개최된 온라인 경매 작품당 평균 최저 낙찰가는 396만원으로 6월 진행된 오프라인 경매 3592만원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낮아진 가격에 힘입어 국내 온라인 경매 시장 규모는 2012년 12억원에서 지난해 51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황 연구원은 "서울옥션이 2013년부터 시작한 프린트 베이커리라는 사업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라며 "미술품 시장과 인테리어에 대한 대중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프린트 베이커리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린트 베이커리는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을 디지털 판화 형식으로 한정 수량 제작해 9만원에서 최고 400만원 가격에 판매하는 사업이다.

그는 서울옥션의 2분기 매출이 작년보다 151.6% 증가한 122억원, 영업이익은 555.4% 늘어난 45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연간 매출은 작년보다 75%, 영업이익은 207.7%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 정책 지원도 기대…아트펀드 활성화 필요

정부가 국내 미술 시장을 키우기 위해 정책 지원을 하는 점도 미술품 관련주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고 국내 미술 시장을 2018년까지 63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5년간 관련 산업에 250억원 예산을 지원하고, 미술품 거래정보 온라인 제공 시스템을 구축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기업이 500만원 이하 미술품을 구매했을 때 비용으로 인정하는 현 세법안도 개인사업자로 확대 적용하고, 비용을 인정해주는 미술품 가격도 3000만원으로 상향할 예정이다.

역대 정부가 내세운 미술 시장 육성 방안 중에서 가장 적극성을 띠는 정책이라 미술계는 물론 투자업계에서도 반기고 있다.

미술 시장 대중화에 따른 미술품 관련주 강세는 글로벌 미술 업계 강자로 떠오른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 내 1위이자 유일한 미술 경매 관련 상장사인 폴리컬처(홍콩 증시 상장) 주가는 최근 1개월 간 36% 가량 상승했다.

중국 증시가 급등락을 겪으면서 이 회사 주가도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중국 미술 시장의 잠재력과 수수료 경쟁력 등을 감안할 때 주가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술 시장에 대한 관심이 부유층에서 일반 개인들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점을 볼 때 대체 투자의 일환으로 '아트펀드'를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2006년 이후 서울명품아트사모1호펀드를 시작으로 총 18개의 아트펀드가 출
시됐지만, 대부분 낮은 수익률로 목표 수익률에 미달하면서 해산하거나 청산했다.

김은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아트펀드가 부진했던 건 만기가 2~3년으로 짧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컸기 때문"이라며 "미술품 투자는 가격 예측이 힘들고, 유통시장 미활성화로 인해 장기 투자가 원칙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투자 아트펀드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는 영국의 '파인아트펀드'나 '철도연금펀드' 사례와 같이 장기적인 안목을 통한 투자가 아트펀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잠깐

파인아트펀드= 영국의 필립 호프먼이 론칭한 펀드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트펀드다.
초기 투자목표액은 3억 5000만 달러, 최저 투자금액은 25만 달러로 10년 만기 상품이다.
투자자들이 일정 기간 작품을 소장하면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게 특징. 2004년 7월 론칭한 펀드는 4개월 만에 평균 35% 수익을 달성하면서 이후 아트펀드의 대명사가 됐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