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에 치이고, 경쟁업체에 밀리면서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전자·자동차·철강·조선·석유화학(유화) 등 주요 5개 업종 가운데 2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곳은 유화 뿐이다. LG화학 등 5개 유화 기업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3조58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4.37% 늘었다. 반면 조선 3사는 5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놓았다. 자동차 기업들의 실적 악화도 이어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실적도 쪼그라들었다. 한국 제조업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가 되고 있다는 위기론이 더 기승을 부리게 됐다.
[제조업 2분기 실적 쇼크] 환율에 치이고 중국에 밀리고…유화 제외한 전업종 동반 부진
전자 - 반도체 호황·스마트폰 부진

삼성전자는 2분기 반도체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스마트폰의 부진이 아쉬웠다. 2분기 영업이익은 6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3% 줄었다. 미국 애플, 중국 화웨이 등과의 경쟁으로 ‘갤럭시S6’가 기대만큼 안 팔린 영향이 컸다. 삼성SDI도 갤럭시S6 판매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소형 배터리 공급이 줄어들면서 영업손실 37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시장의 기대치는 영업이익 160억원이었다. LG전자도 휴대폰과 가전사업의 동반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60%나 쪼그라들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SK하이닉스와 원가절감 노력이 돋보인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26.9%, 199.3% 늘어나 체면을 세웠다.

자동차 - 원화강세로 실적 악화

현대자동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1조750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1% 감소했다. 원화가 유로화 엔화 등 경쟁사 국가의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인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또 쏘나타 아반떼 등의 신차 판매도 두드러지지 못했다. 기아자동차는 중국 내수시장 침체 등으로 영업이익이 15.5% 줄었다.

현대모비스와 쌍용자동차도 실적 개선을 거두는 데 실패했다. 다만 자동차업체들은 실적악화 폭이 1분기보다는 줄어들고 원화도 약세로 돌아서고 있어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철강 - 중국 등에 밀려 매출 감소

포스코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18.2% 감소했다.

포스코 자체로는 영업이익이 소폭 개선됐지만 자회사의 실적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자회사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있지만,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 추진이 불발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동국제강과 동부제철이 조만간 내놓을 성적표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과 세아베스틸은 각각 현대하이스코와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합병(M&A)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봤다. 현대제철과 세아베스틸의 영업이익은 각각 14.71%, 53.5% 증가했다.

조선 - 중국 공세에 최악의 2분기

조선사들은 최악의 2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중국 조선사들의 저가 공세와 경기침체로 상선 수주가 힘들어지자 해양플랜트에 집중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경험이 적은 해양플랜트 건조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 생기면서 손실폭이 커졌다. 해양플랜트를 완성해 최종 인도하기 전까지 손실을 산정하지 않다가 이번에 한꺼번에 반영하면서 충격이 컸다.

대우조선해양이 3조원대, 삼성중공업이 1조5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발표했다. 작년에 손실을 미리 반영한 현대중공업의 적자 규모는 1710억원에 그쳤다.

유화 - 원가 절감으로 이익 증가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은 56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7% 증가했다.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이 658.5% 급증했다. 글로벌 석유회사들의 정기 보수가 잇따르면서 공급이 줄어든 데다 작년 말에 싸게 사두었던 원재료를 투입한 것이 이익을 늘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2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재고자산 감소와 정제마진 증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효성은 섬유사업에서 세계 1위 제품인 스판덱스의 판매 호조가 돋보였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