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대 산학기업으로 출발한 사실상의 국유기업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인수에 나선 중국의 칭화유니(淸華紫光) 그룹이 '중국판 삼성전자'를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중국의 IT 전문지 IT즈자(IT之家) 보도에 따르면 칭화유니는 마이크론 인수를 통해 그간 부족했던 반도체 설계 및 제조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 IT 전품목을 아우르는 종합기업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칭화유니의 전신은 '칭화대 과학기술개발총공사'로 1988년 중국의 최고 명문 칭화대가 과학기술 성과를 상용화하기 위해 설립한 첫 산학 연계 종합 기업이다.

1993년 칭화유니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칭화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층을 다수 배출한 대학으로 중국 정부의 영향력이 크다.

칭화홀딩스가 칭화유니그룹 지분 51%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로 반(半) 국유기업으로 분류되며 나머지 지분은 자오웨이궈(趙偉國) 회장 등 경영진이 보유하고 있다.

칭화유니는 특히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상용설비, 시스템통합(SI) 등 IT 품목의 대부분을 아우르고 있다.

정보소비, 광대역, 인터넷 안보 등의 전략개념을 중국에 처음 도입한 것도 칭화유니였다.

특히 '산업의 쌀' 역할을 하는 반도체가 중국의 과학기술 투자 및 개발에서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자 칭화유니는 중국의 정책 지원을 등에 업고 반도체 칩 설계 및 개발, 제조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이를 위해 칭화유니는 2013년 12월 중국 반도체 기업인 스프레드트럼(Spreadtrum)을 17억8천만 달러에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7월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9억700만달러에 사들였다.

중국 최대의 반도체 설계기업이 된 칭화유니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9월 인텔로부터 90억 위안 규모의 지분 참여 제안을 받아들여 스프레드트럼과 RDA의 지분 20%를 인텔에 넘겼다.

스프레드트럼은 이로써 인텔의 386에서 586 펜티엄 칩으로 이어지는 x86 마이크로프로세서 칩 개발권을 확보했다.

올해 3월에는 휴렛패커드(HP)의 자회사인 H3C 테크놀로지의 지분 51%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칭화유니의 경쟁력은 여전히 미약하고 인수 가능성도 적다는게 중국 내부의 평가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마이크론은 168억달러 매출로 인텔, 삼성, 퀄컴에 이어 세계 4위의 반도체 기업이지만 칭화유니의 매출은 15억달러로 마이크론 매출의 10%도 되지 않는다.

중국 반도체산업 전문가 자오위(趙宇)는 "미국 정부는 최첨단 과학기술의 해외유출을 통제하는 국가 리스트를 갖고 있는데 웨이퍼 제조기술도 금지 품목에 해당되며 중국은 수출통제 대상국에 들어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이 칭화유니 지분을 인수한 뒤에도 반도체 합작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인텔이 중국 기업에 x86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설계기술을 공개하는 것을 명확하게 금지시켰다"며 양측이 공동 개발키로 한 스마트폰 칩 개발이 더뎌진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원의 반도체 전문가 라오샤오핑(饒小平)도 "마이크론이 미군 당국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수많은 무기 관련 사업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인수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반도체시장의 격렬한 경쟁양상과 마이크론 주가의 상대적 저평가, 그리고 칭화유니가 인텔과 휴렛패커드 등 미국 기업과의 거래 전력이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인수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중국 공업4.0연구원 후취안(胡權)은 "칭화유니가 마이크론 인수에 성공하면 칭화유니는 중국 기초산업계의 총아로 떠오를 것"이라며 "칭화유니 입장에서는 '중국의 삼성'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고 이는 중국 시장의 수요와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자오 회장은 RDA 인수 당시 2개월도 안돼 여러 정부부처의 승인, 금융기관의 지원을 얻어 150억 위안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해 3월 HP 자회사 인수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머지않아 새로운 일을 발표하게 될 것이다.

그 파급력이나 규모는 이번 인수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며 이번 마이크론 인수 시도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