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릴 4개섬 반환 돌파구 의식…日언론 "상황 여의치 않아"

'불구대천'의 관계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의 일원으로서 표면상 러시아를 압박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동시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내 일본 방문을 실현함으로써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것이 아베 총리의 속내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자주권과 영토 보존권을 존중한다"고 밝히고 재정지원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안정을 위한 전문가 파견 등 인적 지원을 할 의사를 밝혔다.

외견상으로는 서방의 노선에 동참하는 듯한 행보였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 자체가 푸틴 대통령의 연내 일본 방문을 본격 추진하기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우려를 완화시키는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아베 총리는 러시아로부터 쿠릴 4개섬을 반환받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푸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강한 의욕을 보여왔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서방으로부터 경제·외교적으로 고립된 푸틴에게 손을 내민 뒤 영토 문제에서 양보를 유도하려는 의중인 셈이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4월말 미일 정상회담 때 푸틴의 연내 일본 방문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고, 지난달 푸틴 측근인 세르게이 나리슈킨 러시아 하원 의장과 도쿄에서 만나 일본의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아베 총리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심각한 경제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내정 간섭을 강화할 경우 일본도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 강화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고, 그 경우 '푸틴의 연내 방일'은 차마 입에 올리기조차 어렵게 될 수 있다고 산케이 신문이 7일 전망했다.

더불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정부군과 친(親) 러시아파 무장세력간 전투가 다시 격화한 상황도 아베 총리가 대 러시아 독자외교를 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