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출근길 인터뷰 때와 달리 긴장한 모습…심경묻자 '묵묵무답'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수사대상이 된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9시55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홍 지사는 오전 7시55분 일찌감치 서울 송파구 자택을 나섰다.

그는 검찰청 근처 변호사 사무실에 들러 피의자 신문 준비를 마치고 예정된 10시에 맞춰 검찰청에 도착했다.

차량에서 내린 홍 지사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검찰에 오늘 소명하러 왔다"고 말하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홍 지사는 자택을 나설 때 어버이날에 맞춰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있었고 정장에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색 넥타이 차림으로 밝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변호사 사무실에서 꽃을 떼고 검찰청 입구에 선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뒤 도청 출근길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자신있게 결백을 주장한 것과 달리 긴장한 모습도 보였다.

검사 출신으로 피의자 신분이 된 심경이 어떠냐는 기자 질문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전날 오후부터 검찰청 앞 포토라인 선점에 나선 취재진은 이날 홍 지사가 K9 승용차를 타고 자택을 출발할 때부터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하는 등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였다.

검찰청 입구에는 취재진 2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상득 전 의원이 저축은행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2012년 7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출석한 이후 정치인 피의자 소환에 이처럼 많은 기자가 몰린 것은 처음이다.

홍 지사는 서울고검 청사 12층에 마련된 검찰 특별수사팀 조사실에서 변호인 조력을 받으며 손영배 부장검사 등 수사팀으로부터 이날 밤늦게까지 피의자 신문을 받는다.

홍 지사는 젊은 시절 '강골 검사'로 유명했다.

김진태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14기 동기인 홍 지사는 1991년 광주지검 강력부 검사로 그 일대 조직폭력배를 일망타진하면서 주목받았다.

그는 1993년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슬롯머신 업계 비호세력 사건을 수사하면서 제6공화국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전 의원을 구속기소해 일약 스타검사로 떠올랐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TV 드라마 '모래시계'가 인기를 끌면서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홍 지사는 1994년 국가안전기획부 수사지도관으로 파견됐다가 다시 법무부 특수법령과로 발령받는 등 일선 수사검사로 복귀하지 못하자 1995년 법무부에 사표를 냈다.

한 때 고위공직자 비리 척결을 부르짖으며 이탈리아 반부패의 상징 피에트로 검사에 비견되기도 했던 홍 지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친정인 검찰청을 다시 찾은 것은 20년 만이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최송아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