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매뉴얼] 그림과 함께 만나는 봄, 벽화마을 여행 ③홍제동 개미마을
[김지일 기자] ‘춘삼월(春三月)’이 코앞이다. 주변이 온통 화사한 꽃으로 물드는 음력 3월은 여행하기 좋은 시기다. 주요 공원과 관광명소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는 상태. 각 지역의 벚꽃축제도 연일 화제가 되며 꽃놀이 시즌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다.

봄이 무르익으면서 주말 고속도로 상황도 바빠졌다. 교통 체증과 과도한 인파로 혼잡한 여행지 상황은 매년 이맘때 펼쳐지는 진풍경. 이러한 불편을 겪어본 사람들은 잠시 외출을 고민하게 된다.

이에 세 번째로 소개할 벽화마을은 서울 한복판에서 한적하게 봄을 감상할 수 있는 편안한 곳이다. 바로 인왕산 남쪽 자락에 위치한 조용한 달동네 ‘개미마을’이 그 주인공이다.

옛 정취를 간직한 도심 속 쉼터 ‘개미마을’
[K-매뉴얼] 그림과 함께 만나는 봄, 벽화마을 여행 ③홍제동 개미마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소재한 개미마을은 옛 정취를 간직한 달동네다. 이곳은 이화동과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벽화마을로 입소문을 타다가, 영화 ‘7번방의 선물’ 촬영장소로 알려지며 더욱 유명해졌다.

인왕산 산기슭에 허름한 집들이 모인 마을은 고요한 평화가 흐른다. 심심치 않게 외지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주민들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무심할 정도다. 타 벽화마을에는 흔한 카페나 식당도 하나 없다. 촬영장세트 같은 작은 구멍가게가 2~3개 있을 뿐이다. 외부와 연결된 대중교통 수단도 20분에 한 대 간격으로 움직이는 마을버스 노선 하나가 전부다.

세련된 멋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마을이다. 하지만 개미마을을 찾는 사람들의 수요는 꾸준하다.이들은 세월을 잊은 마을을 카메라에 담고, 예쁜 벽화를 여유롭게 구경한다. 또한 인왕산 트레킹 코스를 찾는 사람도 많다. 개미마을과 부암동을 잇는 인왕산 트레킹 코스는 서울 성곽 일대의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어 봄나들이 산책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삶의 애환이 담긴, 영화보다 영화 같은 마을
[K-매뉴얼] 그림과 함께 만나는 봄, 벽화마을 여행 ③홍제동 개미마을

홍제역 2번 출구, 인왕시장 방면 정류장에서 7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하차하면 개미마을에 도착한다. 벽화마을입구는 인왕중학교 정류소에서 가깝지만 마을 구경은 고지대에 위치한 정류장 종점에서 경사면을 따라 내려오는 편이 덜 힘들다.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순박한 두 주인공 ‘용구’와 ‘예승’이 부녀가 살던 집의 배경이 되는 곳이 개미마을이다. 가파른 도로 하나를 두고 ‘갈 지(之)’자로 늘어선 낡은 집들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삶의 터전을 잃고 모여든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다.
[K-매뉴얼] 그림과 함께 만나는 봄, 벽화마을 여행 ③홍제동 개미마을
과거 개미마을은 ‘인디언촌’이라 불렸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산기슭에 모여 천막을 치고 살아가는 모습을 빗댄 표현이다. 천막에서 시작한 집들은 무허가 판잣집을 거쳐 1980년대 중반 주민들에게 땅을 불하하면서 정식으로 주인을 찾았다. 1983년에는 ‘개미마을’이라는 새 이름도 얻었다. ‘개미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모인 마을’이라는 뜻이다.

주민들의 고단한 삶이 담긴 마을에 벽화가 그려진 것은 2009년이다. 금호건설이 기획한 낙후지역 환경개선 프로젝트를 추진. 5개 대학 미술전공 대학생 128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의 동의하에 진행된 사업은 49가구, 51개 작품으로 태어났다. 그 결과, 퇴락할 것 같던 마을은 밝고 활기 넘치는 지금의 벽화마을로 거듭났다.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따뜻한 그림’이 주는 휴식
[K-매뉴얼] 그림과 함께 만나는 봄, 벽화마을 여행 ③홍제동 개미마을

버스 종점에서부터 시작되는 벽화는 ‘환영’, ‘가족’, ‘자연친화’, ‘영화 같은 인생’, ‘끝 그리고 시작’ 등 5가지 테마로 그려졌다. 담장을 채운 그림은 개와 돼지, 소, 참새 등의 동물과 꽃, 하늘, 구름 등의 자연물이다. 하나같이 밝고 따뜻하며 희망차다.

‘렛츠고(Let’s go)’를 외치는 정류장의 개와 고양이 벽화가 시작이다. 맑은 하늘이 펼쳐지고 동물들이 다정하게 인사를 건넨다. 언덕 위 판자집 담벼락에는 탐스러운 해바라기가 가득 피었다. 이제는 거의 지워졌지만 마을 계단과 전신주에도 붓이 닿은 흔적이 남았다.
[K-매뉴얼] 그림과 함께 만나는 봄, 벽화마을 여행 ③홍제동 개미마을
동래슈퍼까지 내려오면 길이 나뉜다. 전깃줄 위에 다정한 새들의 모습을 그린 노란 벽화를 보며 약수터길로 향하면 마을공용 쉼터와 놀이터를 만날 수 있다.

다시 동래슈퍼로 돌아오면 벽면 가득 피어난 꽃그림을 좌우로 감상하며 거닐게 된다. 버드나무 가게를 지나 좌측으로 펼쳐진 주택가 벽화를 멀리서 감상하며 내려오면 인왕중학교에 닿는다. 처음 마을버스를 타고 지났던 ‘시작이자 끝’ 개미마을 입구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낡은 판잣집이 남아있고 집 앞에 쌓아둔 연탄이 낯설지 않은 마을. 낡고 빛바랜 것들이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평화로운 마을에도 봄은 찾아왔다. 담벼락마다 희망을 품은 벽화가 용기를 북돋우는 개미마을의 봄은 어느 도시보다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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