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후폭풍] 법 통과 하루만에 "수정·보완하겠다"…'졸속 입법' 자인한 여야
민간 적용·배우자 신고 등 위헌 소지 조항
내달 임시국회에서 개정 논의 이뤄질 듯
법안 심사과정부터 김영란법의 위헌 소지를 지적했던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새정치연합)도 이날 “법 시행 유예기간 동안 문제점을 보완하는 작업을 국회가 할 것”이라며 “명확하지 않은 규정들, 모호한 규정들은 빨리 손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하는 위헌 소지와 법의 허점은 크게 6가지다. 여야의 향후 법 개정 논의도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우선 공직자로 한정됐던 법 적용대상이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직원으로 확대된 것은 민간 영역 침해와 언론 자율성을 저해하는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법조계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인지했을 때 배우자를 신고하도록 한 일종의 불고지죄 역시 현행 형법 체계와 상충돼 위헌 소지가 크다는 의견이 많다. 김영란법이 규정하고 있는 15개의 부정청탁 유형도 법의 명확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판사 출신인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수많은 부정청탁 유형을 딱 15개로 규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법 적용 과정에서 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변호사·의사 등이 금품수수 금지의 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 것은 법 형평성 측면에서, 부정청탁 금지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선출직 공무원의 공익적인 정책 건의는 ‘공익적’이라는 단어의 불명확성 때문에 향후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 양측에서 김영란법의 수정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당장 내달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야당 일각에서 법 시행 이전에 손질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이를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정하자마자 곧바로 다시 손대는 것은 너무 졸속 입법임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이 법을 조금 시행하든지 시간을 두고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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