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살리기' 美대선 최대 이슈 부상
‘중산층’이 미국 정치권의 키워드로 등장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부자 증세’를 통한 중산층 회복을 국정 핵심 아젠다로 제시하면서다. 공화당이 세금 인상에 반대하고 있어 오바마의 ‘중산층 살리기’ 아젠다가 구상대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빈부격차 확대와 중산층 약화는 공화당도 인정하는 미 경제의 최대 현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공화당이 부자증세를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공격하면서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정치권이 중산층 회복 처방을 놓고 경쟁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양당의 대선 잠룡들도 가세하면서 2016년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민주당, ‘포용자본주의’ 채택하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사진)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모두를 위해 작동하는 경제의 방향을 제시했다”며 “이제는 우리가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공정한 기회(fair shot)’ ‘공정한 몫(fair share)’이라는 단어에 해시태그(#)를 달았다. 힐러리가 오바마의 정책을 공개 지지한 것은 최대 표밭인 중산층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월가와 가깝다고 비판받아 온 자신의 ‘부자 이미지’를 개선해 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까지 부자증세를 지지하고 나서자 토머스 에드살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민주당 지도부가 소수에 대한 부의 집중을 막아 중산층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이른바 ‘포용 자본주의(inclusive capitalism)’를 채택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교사’에서 최근 힐러리 캠프로 옮긴 것으로 알려진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포용자본주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중산층 붕괴로 소비자의 구매력이 떨어지면 기업은 이익창출 기회가 줄어들고 위험에 처하게 된다”며 “정부가 빈곤층 확대를 막기 위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드살은 “포용자본주의가 민주당의 정강으로 채택될 경우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뉴딜정책 이후 중산층 이익을 가장 선명하게 대변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해 말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빈부격차가 지난 100년래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도 중산층 회복 처방 마련

지지율 50%를 회복한 오바마 대통령이 중산층 아젠다를 치고 나오자 공화당도 바빠졌다. “대부분의 중산층은 세금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짐 조단 하원 의원(오하이오주)의 발언에서 공화당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교육비 세액공제 확대, 유급휴가 사용권 부여 등 중산층 지원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대선 후보 중의 한 명인 마크 루비오 상원 의원(플로리다주)은 “중산층 부양은 지금 아주 적절한 이슈”라고 말했다. 그는 “수년간 경기회복의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됐다”며 “공화당이 이런 부분에 좀 더 관심을 가지면 우리의 정책과 처방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지도부도 세금 순증이 아닌 한 중산층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와 법인세 인하 등 광범위한 세제개혁에 대해 민주당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올여름까지 대선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공화당 내에서도 중산층을 살려야 한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