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해 파문을 일으킨 가전업체 모뉴엘의 박홍석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대출사기와 금융권 로비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노정환 부장검사)는 24일 박 대표와 신모 부사장, 강모 재무이사 등 모뉴엘 임원 3명을 관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9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홈씨어터(HT) PC의 가격을 부풀리거나 물량을 가공해 1조2000여억원의 허위 수출입 신고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해외계좌를 통해 2조8000여억원을 입출금한 혐의도 있다.

박 대표는 국내은행에서 대출받은 자금을 자신이 관리하는 홍콩의 페이퍼컴퍼니 계좌에 송금해 361억원을 국외로 도피시킨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허위수출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모뉴엘 자금팀장 등 13명은 보강수사를 벌여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수출대금 부풀리기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함에 따라 모뉴엘이 천문학적 규모의 사기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금융권 로비가 있었는지 추적에 나섰다.

모뉴엘은 허위수출 실적을 근거로 최근 6년 동안 시중은행 등 10여곳에서 3조2000억원대의 사기대출을 받았고 이 가운데 6700여억원을 갚지 않은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김범기 부장검사)는 지난 5일 무역보험공사를 압수수색해 보증 관련 서류 일체를 확보했다. 허위수출 수사기록도 넘겨받아 분석 중이다.

무역보험공사는 대출에 보증을 서줬다가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3256억여원을 떼일 위기에 처하자 검찰에 진정서를 냈다.

검찰은 무역보험공사와 거래업체 직원들이 모뉴엘로부터 금품로비를 받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2009년 무역보험공사에서 모뉴엘을 담당하는 전자기계화학팀장으로 근무한 전 영업총괄부장 정모씨는 법정관리 신청 직전 사표를 내고 외국으로 도피했다.

금융권과 업계에서는 신용대출을 내준 수출입은행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HTPC를 구매한 네트워크 장비업체 KT ENS가 사기대출을 일으키는 데 공모했는지도 수사대상이다. 모뉴엘은 KT ENS로부터 2000억원대 수출채권을 발행받아 금융권에 할인판매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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