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택시장 정상화 '立法 발목잡기' 풀어야
2기 경제팀이 들어선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주택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 관심은 주로 “주택시장이 좋아지고 있나” “지금이 주택을 구입할 적기인가” “전세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최근의 관심은 1~2년 전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2012년, 2013년 초기만 해도 소위 ‘하우스푸어(집을 갖고 있지만 무리한 주택구입자금 대출로 인한 이자 부담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사람)’라는 한국에서만 통용되던 용어가 부동산 시장에 연일 쏟아지던 상황이었다. “하우스푸어는 주택을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다. 거래가 조금이라도 돼야 대출금도 상환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었다.

불과 2년 정도의 차이를 두고도 주택시장의 상황을 대변하는 질문이 다르게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에서 주택매매에 대한 심리와 향후 주택가격에 대한 기대는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주는 요소다. 이런 의미에서 주택시장을 놓고 시중에서 회자되는 말들은 일정 부분 주택시장의 심리와 기대를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최근 통용되고 있는 여러 질문을 한 줄로 “현재 주택시장은 기지개를 켜고 있나”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두 가지 답을 할 수 있다. 주택시장은 전반에 걸쳐 완만한 회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부진한 심리도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부동산이 전체 국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에 이른다. 이는 다른 주요 선진국보다 훨씬 높아 주택 거래량의 회복이나 정상화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최근의 주택거래 현황을 살펴보자. 지난 3분기 기준 전국 아파트매매 거래량은 16만8464건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76.1% 증가한 것이다. 서울지역은 114.9% 늘어나 전국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거래량 증가는 미분양이 급속히 소진되고 있는 것과 관련 있다. 지난 8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주택수는 4만4784가구로 2004년 이래 재고가 가장 적다.

지난 3분기 실질주택매매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0.8% 올라 물가상승률을 웃돌기 시작했다. 10월의 전국 명목주택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75% 상승(전월 대비로는 0.24% 상승)했고 주택거래량은 20.4% 증가했다. 다만 11월과 12월, 내년 1월은 전통적인 주택시장 비수기로 계절적 효과가 있으므로 이 기간 가격과 거래량 동향은 전월 대비가 아니라 전년 동월 대비로 비교해 정확한 정보가 공유돼야 한다. 앞으로 주택시장이 정상화돼도 주택시장과 관련한 정책이 왜곡되지 않으려면 주택시장에 대한 정확한 동향과 평가가 중요할 것이다.

주택시장은 어떤 이유로 완만한 회복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저금리를 포함한 거시경제적인 요소와 주택 관련 정책, 주택시장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수급불균형, 그리고 미래 주택시장에 대한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지속적인 회복동력을 갖기 위해선 최소한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나타난 주택시장의 심리 회복은 국회의 부동산 관련 법안 처리결과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각종 부동산 관련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입법화가 좌절된다면 주택시장은 냉혹하게 반응할지도 모른다. 주택관련 정책발표와 입법화가 일관적으로 연결될 때, 향후 주택시장은 보다 예측가능한 모습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주택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시점에 주택시장 관련 정책의 불확실성까지 제거된다면 주택시장의 정상화는 이전보다 더 큰 동력을 갖게 될 것이다. 국회가 당리당략에 빠져 모처럼 살아나고 있는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지 말기 바란다.

송인호 < KDI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