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했다. 공화당은 상원과 하원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을 큰 격차로 따돌리며 절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했다. 2006년 이후 8년 만에 여소야대가 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했지만 정치적으로 타격이 큰 패배다.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넘겨줘 남은 임기 2년 동안 레임덕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2016년 차기 대선 판도도 크게 흔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진작에 예견됐던 결과라는 게 현지 언론들의 평가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40%를 겨우 넘어 사상 최저수준이었다. 민주당이 오바마 대통령을 유세에서 빼고 선거에 임했던 정도다. 그렇더라도 공화당과 민주당 간 의석 격차가 예상보다 크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대부분의 경합지역에서 진 결과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슬람국가(IS) 등 대외 악재가 불거진 가운데 경제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각되자,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성장률 회복, 고용 증대 등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오바마노믹스에 대해 쌓여있던 미 국민의 불만이 분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재정적자 확대로 인한 재정절벽, 연방정부 셧다운 충격에다 버핏세로 불리는 고소득층 과세 강화, 포퓰리즘 논란을 샀던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 일자리 순증 효과가 의문시되는 최저임금 인상 추진 등에 대한 불만이 컸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이를 파고들어 ‘새로운 미국(American Renewal)’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감세 등을 표방하며 오바마노믹스를 정면 공격해 승리했다. 한결같은 감세론과 ‘작은 정부론’을 주창하는 티파티의 활동도 한몫했다. 공화당은 법인세 인하, 오바마케어 철회, 온실가스 배출규제 완화, 원유 송유관 설치 허용 등을 위한 입법에 본격 나설 것이라고 한다.

미국 정치가 부럽다. 보수정당은 당당하게 감세를 주장하며 국민의 지지를 호소한다. 그런 정당이라야 가치와 정체성이 분명해 국민이 고심하지 않고 선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한국 정치는 너무 다르다. 야당은 줄곧 부자증세를 외치건만 보수정당이라는 여당은 감세를 언급조차 못 한다. 보수를 자처할 뿐 철학도 원칙도 없다. 선거 때만 되면 온통 무상복지, 표퓰리즘 공약이 남발되는 이유다. 정당은 철학과 가치로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게 도리다. 한국에는 왜 미 공화당 같은 정당이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