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세력을 물리치는 데 동참한 우방·동맹국 지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아스토리아호텔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5개국 정상과 마주 앉았다. 미국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해 시리아 거점을 공습한 지 20여시간 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5개국 정상에게 “우리가 연합전선을 구축함으로써 IS와 대량 학살을 일삼는 또 다른 극단주의 세력을 격퇴하는 데 세계가 단결됐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전날 IS 거점인 시리아 북부도시 라카 공습과 병행해 북서부 알레포 근처에 있는 알카에다 분파인 ‘호라산그룹’ 시설물에도 폭탄을 퍼부었다. 미 국방부 관리는 “호라산그룹이 미 본토와 유럽에 대한 테러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선제 타격을 했다”고 설명했다. 윌리엄 메이빌 미 합동참모본부 작전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IS를 파괴하기 위한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IS 격퇴 작전 예상 기간을 묻는 질문에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답했다.

미국과 아랍 5개국은 24일에도 IS를 겨냥해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IS를 ‘죽음의 네트워크(network of death)’로 규정하면서 IS 격퇴작전에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미국의 군사 개입으로 중동의 정치 지형도 급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해관계가 복잡한 아랍 5개국이 1991년 이라크 전쟁 이후 23년 만에 미국과 군사 공조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수니파가 인구의 90%인 사우디가 수니파인 IS 격퇴에 가장 적극 나섰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시어도어 카라식 중동걸프군사연구소 소장은 “IS가 이슬람 전체를 파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이들을 뭉치게 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제한적 공습’에서 벗어나 알카에다 분파로 전선을 확대하면서 오바마 정부가 상당한 위험을 떠안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프레드 카건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위원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나 IS와 대립하는 다른 극단주의 단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바마 대통령이 장기간에 걸친 새로운 중동전쟁의 진흙탕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 호라산그룹은
빈 라덴 측근이 이끄는 알카에다 연계 조직…美 “IS보다 더 위협적”


미국이 단독으로 공습한 ‘호라산그룹’은 오사마 빈라덴의 측근이 이끄는 알카에다 연계 조직이다. 호라산이 시리아에 등장한 것은 2012~2013년께다. 3년째 이어지는 시리아 내전으로 힘의 공백이 생긴 틈을 타 뿌리를 내렸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의 알카에다 대원들이 주축이다. 시리아 북부 알레포를 거점으로 하며 조직원은 1000명 정도로 알려졌다. 최대 3만명으로 추정되는 IS에 비하면 규모가 상당히 작고 자금력도 약해 시리아 내 세력 확장보다 서방에 대한 테러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미 정보당국자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호라산이 IS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들이 최근 9·11 테러 때처럼 서방의 항공기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토마호크 미사일로 이들의 거점을 공습했다.

호라산을 이끄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빈라덴 측근이었다고 알려진 쿠웨이트 출신의 무흐신 알파들리(33)다. 그는 2001년 20세의 나이에도 9·11 테러를 사전에 알고 있던 소수의 알카에다 요원이다. 미국은 그를 체포하기 위해 70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