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은퇴자 架橋일자리 늘려야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2000년도에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7%를 웃돌았으며, 2017년엔 14%, 2026년이면 20%의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급속한 고령사회화의 원인은 낮은 출산율과 빠른 기대수명 증가다. 한국의 출산율은 2013년 1.19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기대수명은 1970년 61.9세, 1980년 65.7세, 1990년 71.3세, 2000년 76세, 2012년 81.4세로 10년마다 평균 5세가량 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화 경향과 더불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15~64세 경제활동인구는 2016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하는 연령은 54세, 국민연금 수령 연령은 61세, 기초연금 수령 연령은 65세다. 주된 일자리로부터의 은퇴와 연금수령 시작 간의 공백 기간으로 인해 ‘고용과 복지 사각지대’가 나타날 수 있다. 고용·복지 사각지대 최소화와 경제활동인구 감소 대응책으로 지난해 4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정년 60세를 2016년부터 의무화했다.

현재 노·사는 정년 60세 연장으로 발생하는 추가인건비 분담을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과 임금체계 개편, 장년 인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협력방안을 찾고 있다. 정부도 정년연장지원금, 정년퇴직자 재고용지원금 등 정책들을 정년 60세 연장 입법화 이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장년적합 직무 개발 및 역량강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장년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사·정의 노력은 아직 미흡하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장년의 생산성 제고를 위한 전문직 제도, 역직(役職) 정년제, 저성과자의 전력화 방안 마련에 힘을 쏟았다. 당시 일본 정부는 정년 60세 시대에서의 기업경쟁력 제고와 근로자의 고용안정에 도움이 되는 점진적 퇴직관리와 출향(원래 소속된 기업과의 고용관계를 유지한 채 하청업체 등에서 일함)제도 활성화를 위한 지원정책을 폈다. 경제·산업단체와의 협력을 통한 산업고용안정센터의 설립, 대·중소기업 간의 전적(소속된 기업과 고용관계를 종료하고 하청업체와 새 고용관계를 맺는 것)·출향 비용과 교육비용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긴급 고용안정 조성금제도’와 ‘대기업 고용조정 조성금제도’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출향제도 활성화 지원정책은 정년연장으로 인한 개별기업의 과잉 인력화 해소에, 교육훈련 지원정책은 장년의 역량 향상과 주된 일자리에서 새로운 일자리로의 전환을 원활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다. 현재 노동시장에서 완전 은퇴하는 연령이 71세로 대부분의 고령인력은 늦은 나이까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갈구한다. 장년인력의 빈곤을 예방하기 위한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 이후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할 때까지의 양질의 ‘가교(架橋)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아야 한다. 영국·독일·일본은 고령근로자를 위한 ‘근로프로그램 운영’, ‘고령자 파트타임 지원’, ‘실버인재센터 운영’에 노·사·정이 협력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화, 경제활동인구 감소, 기업경영 및 국가경제의 지속적 성장, 장년인력의 취약계층화 등 한국이 직면한 사회·경제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 60세 안착과 고용·복지 사각지대의 최소화를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피크제 도입, 전적·출향의 활성화, 장년인력의 생산성 제고, 가교일자리 창출을 위한 상호 이해와 협력관계 형성에 노·사·정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지만 < 연세대 경영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