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면 휴대폰을 자주 교체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는 폐단이 사라진다. 2년 이상 휴대폰을 사용한 사람들은 단말기를 바꾸지 않아도 보조금만큼 추가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다. 보조금을 받아 새 단말기를 싸게 구입할지, 아니면 쓰던 휴대폰으로 매달 통신요금에서 일정액을 할인받을지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다.

휴대폰 안 바꿔도 보조금만큼 요금 할인
예컨대 중고 스마트폰 사용자가 SK텔레콤의 69요금제(기본료 6만9000원)에 2년 약정 조건으로 가입하면 월 통신료는 약정 할인액(1만7500원)을 제외한 5만1500원이 된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여기에 10%(5150원) 정도 추가로 할인받아 4만6350원만 내면 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6일께 보조금 혜택에 상응하는 기준 할인율을 10~15% 범위 내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할인율은 시행 첫해에는 3개월마다, 이후에는 6개월마다 조정된다.

10월부터 보조금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던 중저가 요금제 사용자도 일정액의 보조금을 받는다. 단통법에서는 비례원칙에 따라 보조금을 주도록 명시하고 있다. 예컨대 월 3만원대 요금 가입자의 경우 상한액 기준인 7만원대 가입자가 3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때 비례원칙에 따라 12만8000원을 받게 된다. 단통법 시행 전 거의 보조금을 받지 못했던 것에 비해 혜택이 늘어나는 셈이다.

보조금 상한액이 27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어나지만 소비자가 실제 받는 보조금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단통법과 관련한 복잡한 규정이 새롭게 시행되면서 통신업체들이 적극적인 경쟁에 나서기 보다 시장을 관망할 공산이 높아서다.

단통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분리공시 조항은 24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에서 반대 의견에 부딪혀 폐기됐다. 분리공시는 통신사와 제조사의 보조금과 요금 할인액을 구분해 표기하는 것을 말한다. 방통위는 소비자들이 휴대폰과 요금제에 따라 혜택을 비교해 구매할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마련했다. 하지만 법제처가 이 조항이 모법의 규정을 위배했다고 해석했고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국내 휴대폰 제조사의 해외 영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해 결국 시행 1주일을 앞두고 폐기됐다.

분리공시 조항이 제외되면서 앞으로 소비자들은 통신사와 제조사의 보조금을 합친 총액만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당장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은 크지 않지만 불법 보조금을 단속하는 방통위와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 기준을 정해야 하는 미래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