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사외이사의 절반이 대학교수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1000곳의 교수 출신 사외이사 비중보다 두 배 가량 높다. 교수의 전문성을 감안하더라도 특정 직업군에 편중되는 것보다 다양한 경력의 사외이사가 금융사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지주 社外이사, 절반이 교수
○“교수 출신 뽑을 수밖에 없어”

KB, 하나, 우리, 신한 등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모두 32명이다. 이 가운데 전·현직 대학교수가 16명으로 전체의 50%다. KB금융은 9명 중 6명(66.6%)이 교수 출신으로 비중이 가장 크다. 금융지주 사외이사인 교수들의 전공은 경제학과 경영학 등 모두 상경계열에 치우쳐 있다.

일반 기업의 교수 출신 사외이사 비중은 금융지주사의 절반 정도다. 한국경제신문이 유가증권시장 500곳, 코스닥시장 500곳 등 상장사 1000곳에서 지난 3월 기준 올해 새로 선임됐거나 선임될 예정인 사외이사 775명의 직업군을 분석한 결과 교수가 197명(25.4%)이었다.

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교수 출신 비중이 줄곧 높았던 것은 아니다. 각 금융지주사가 출범할 당시와 비교하면 그렇다. 우리금융은 2001년 출범 당시 사외이사 6명 중 교수 출신은 1명이었다. 하나금융(2005년)은 7명 중 교수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KB금융은 2008년 출범할 때 9명 중 4명만 교수였다.

○다양한 배경 사외이사 선출해야

금융권에서는 교수 출신 사외이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금융사 내 이른바 ‘학교 권력’이 만들어진 배경 중 하나로 2010년 제정·시행된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꼽았다. 모범규준은 사외이사 선임 시 결격사유는 늘리고, 자격요건은 강화해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인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 모범규준이 금융사 사외이사 인력풀을 좁혔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모범규준은 ‘해당 금융사와 중요한 거래관계에 있는 자’ 등의 기존 결격사유에다 다른 금융사 사외이사 겸직 금지 조항 등을 넣었다. 자격요건은 경제·경영 등 분야 석·박사로서 대학 강사 이상, 경력 5년 이상 등으로 구체화했다. 여기에 사외이사 임기를 최장 5년으로 제한했다.

은행과 금융지주사들은 좋은 사외이사 모시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한 금융지주사 이사회 담당자는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 가운데 결격사유로 걸러내고 나면 남는 건 대학 교수뿐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사외이사들끼리 사외이사를 뽑는 구조 때문에 교수집단이 ‘자기 세력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수 사외이사는 풍부한 전문분야 지식이 장점이지만, 지금처럼 대부분이 상경대 출신으로 채워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학문적 능력이 우수한 교수도 실무경험 부족으로 경영현장에서 오판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다양한 배경의 사외이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규준 적용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