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전문의 A씨는 최근 서울에서 개업을 했다가 적자가 쌓이면서 과도한 채무에 시달렸다. 병원을 정리하고 개인회생을 신청하면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개인회생을 신청할 때 소득이 적어야 갚아야 하는 채무가 줄어드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법원은 심사를 거쳐 빚을 줄여주는데 이 경우 A씨를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법원장 이성호)이 이같이 개인회생제도를 악용해 채무를 면탈하거나 이를 조장하는 브로커들을 관리하기 위해 ‘악용위험사건 중점관리제도’를 시행한다고 15일 발표했다. 어려움에 처한 채무자를 구제하기 위한 개인회생제도에 브로커 등이 끼어들거나 악성 채무자로 인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법원은 앞으로 개인회생제도의 악용 가능성이 높은 사건은 ‘중점관리사건’으로 분류해 일반 사건보다 심도 있게 조사하기로 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회생신청 기각 및 폐지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경제적 파탄에 빠진 채무자가 대출중개업자를 통해 기존 채무를 모두 변제하고 신용등급을 높인 뒤 은행 등에서 최대 금액을 신규로 대출받는 일명 ‘통대환’ 방식이 대표적이다. 또 채무자가 개인회생 직전 고액을 집중 대출받거나 강제집행을 피할 목적으로 개인회생 신청을 반복하는 경우도 집중 관리 대상이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