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추석연휴 기간인 탓에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 속담을 연상시키는 ‘운석’과 관련한 해프닝이 중미 니카라과에서 발생해 많은 과학자들이 시선집중한 모양입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사연은 이렇습니다.
/소행성 지구 근접 통과=NASA 트위터 공개이미지 캡처
/소행성 지구 근접 통과=NASA 트위터 공개이미지 캡처
미국항공우주국 NASA는 지름 18m로 집채 만한 크기의 소행성 '2014RC'가 한국시간 추석 날인 9월 8일 새벽 3시경 지구 상공 (최근접 지역은 뉴질랜드 상공 4만km)을 스치 듯 통과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예고 뒤 2014RC가 지구를 근접해 통과하기 13시간 전쯤, 니카라과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니카라과 정부가 자국 연구기관의 소견을 토대로 “수도 마나과 국제공항 인근 숲에서 ‘별똥별 (유성체)이 지구에 떨어진 흔적으로 추정하는 너비 12m, 깊이 5m의 구덩이’를 발견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한 겁니다. 다만 운석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니카라과 정부측은 이 구덩이가 소행성 2014RC와 관련성 (이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을 지녔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의 근거로 '당시 엄청나게 큰 소리 (굉음)가 들리면서 타는 냄새가 났다는 주민들의 증언'을 제시했다 하고요.

멕시코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NASA측은 니카라과 정부측 주장에 대해 의문을 보였습니다. 별똥별이 지구에 떨어진 결과인 ‘운석’이 없다는 사실에서 입니다.

특히 “그 정도 크기의 구덩이가 생길 정도라면 광범위한 지역에서 밝은 빛을 내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런 보고가 없었다”고 NASA측은 지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성체는 지구 대기권 내로 진입할 경우 초속 70~100km 매우 빠른 속도로 흐르면 밝게 빛나는 현상을 보이는데 천문학에서 이를 ‘화구’라고 일컫습니다. [화구火球는 금성의 최대 밝기 보다 약간 더 밝은 마이너스 4등급의 유성체. 올해 초 진주에서 발견한 ’운석’에 앞서 우리나라 곳곳 차량의 블랙박스에 찍힌 현상이 대표적 사례.]

니카라과 정부측은 NASA 지적에 대해 “유성체 낙하 속도가 무척 빠르다. 아무도 그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니카라과측은 국제 전문가들을 불러 조사를 심층적으로 벌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니카라과측의 주장이 맞는 지 또는 NASA측의 지적이 옳은 지 여부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소행성이 지구를 스치 듯 통과하기에 앞서 (그것과 관련 있는 지 없는 지 모를) 화구의 지구 충돌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는 얘깁니다.

첫 문장에서 거론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절묘한 상황’이 1년 반 전에도 발생했는데요.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소행성 2012DA14 지구근접 통과 이미지=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소행성 2012DA14 지구근접 통과 이미지=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한국시간 2013년 2월 16일 새벽 4시 25분. 올림픽 수영경기장 크기인 지름 약 45m에 무게 13만t으로 추정된 소행성 ‘2012 DA14’가 총알 10배 빠르기인 초속 7.8km 속도로 인도네시아 상공 2만7000km 까지 근접 (서울 상공으로 따지면 3만300km)한 뒤 지나갔습니다.

당시 이 소행성은 여러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구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것이 과학계의 정설입니다.

그러나 당시 이 소행성이 지구를 지나간 거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말 그대로 ‘아찔’합니다. 지구와 자전하는 시간이 똑같아 마치 항상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상 3만5786km의 정지궤도 위성 (아리랑위성) 보다 9000km나 안쪽으로 들어온 거리여서 입니다.

아무튼 그 당시 사정이 이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행성이 통과하기 바로 직전 2월 15일, 엄청난 천문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지름 20m, 무게 1만3000톤이며 소행성 조각으로 추정된 유성체 하나가 초속 19km 속도로 떨어지다 러시아 우랄산맥 상공 29.7km 대기권에서 거대한 폭발현상 (번쩍인 뒤 폭발음)을 일으키고 이 지역에 수천~수만개의 파편을 쏟아냈습니다.

파편은 땅위에 떨어져 그 유명한 ‘첼랴빈스크 운석’이 되었지요. 이로 인해 이 지역 주민 1600여명이 다치고 건물 7000여채가 부서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과학자들은 소행성 2012 DA14와 첼랴빈스크 운석과는 “관계가 없다”고 분석했지만 아무래도 찜찜했습니다. 까마귀가 날아오를 때 배가 떨어진 셈이 됐기 때문입니다. 이번처럼.

참고로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와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소행성 2012 DA14는 지구를 스쳐 지나갈 때 궤도가 크게 바뀌었으며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을 계속하다가 13년 뒤 지구에 다시 초근접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그 예상 날짜가 다시 한번 쳐다 보게 되는 2026년 2월 13일 금요일입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벤자민 서덜랜드 프리랜서 기자는 “과학자들이 현재 계산한 상태로 볼 때 2026년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 확률은 2만7000분의 1로 분석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만약 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경우 런던과 맞먹는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는 엄청난 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이 기자는 설명했습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2012 DA14와 크기가 거의 유사한 지름 40m이상 근지구소행성이 무려 50만개 가량으로 추산됩니다. 그러나 이 중 정체를 파악한 것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지적입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