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금액의 1.5%서 0.1%로 수수료 '뚝↓'…포스코건설 등 70여개 비상장사 거래 가능
다음달 25일 한국을 대표하는 장외주식시장인 K-OTC(Over The Counter)가 공식 출범한다. 금융투자협회가 기존에 운영하던 프리보드(소수의 비상장 중소기업만 거래되던 플랫폼) 시장을 확대 개편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투자자들이 삼성SDS 등 장외 주식을 사려면 사설 브로커나 인터넷카페를 이용해야 했다. K-OTC가 출범하면 증권사 홈트레이딩서비스(HTS)로 실시간 매매가 가능해진다. 사기 위험이 크게 줄 뿐 아니라 사설 브로커에 과도한 수수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

K-OTC는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는 프리보드와 달리 금투협이 거래대상 기업을 지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기회도 늘었다. 중소기업 지원에 한정된 코넥스시장과 달리 중견기업과 대기업까지 포괄한 비상장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거래금액의 1.5%서 0.1%로 수수료 '뚝↓'…포스코건설 등 70여개 비상장사 거래 가능
시행착오 겪은 장외시장

금투협이 만든 장외시장의 시작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장외시장은 출범 10년 만인 1996년, 코스닥시장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2000년엔 코스닥에 상장하지 못한 비상장기업에 직접금융 기회를 주면서 투자자에게는 매매편의와 결제 안정성을 제공하기 위해 또다시 ‘제3시장’이 개설됐다. 이는 5년 뒤 지금의 프리보드시장으로 개편됐다. 문제는 투자자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프리보드 시장에는 현재 52개 종목이 등록됐지만 하루 거래금액은 1억원이 채 안된다.

프리보드 거래종목 이외의 비상장 주식은 장외 인터넷 게시판이나 사설 브로커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 거래 상대방을 물색한 후 가격, 수량 등을 협상하고 매매의사가 합치되면 계좌대체 등을 통해 직접 매도증권과 매수대금을 주고받아 결제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은 증거금이 없기 때문에 매도·매수 호가가 확정호가가 아닌 거래의사가 불확실한 허수호가일 가능성이 있다. 매매 체결시 가격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시장가격을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매매 당사자끼리 직접 결제를 하기 때문에 결제사고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편리하고 안전해진 매매시스템

사설 장외시장의 거래 위험을 해소하는 동시에 침체된 프리보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나온 것이 바로 K-OTC다.

장외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1 대 1로 거래하지만 K-OTC는 거래소시장과 마찬가지로 투자자가 증권회사에 계좌를 개설해 전화, 컴퓨터 등으로 매매시스템에 주문을 낸다. 위탁증거금을 100% 징수해 허수호가를 차단한다. 매도·매수 호가가 일치하면 자동으로 매매가 체결되며 결제는 예탁결제원을 통한다. 매매가격도 실시간으로 공개돼 시세정보가 투명하게 제공된다.

K-OTC를 이용하면 투자자들의 수수료 부담도 줄어든다. 사설 브로커를 통해 장외 주식을 거래하면 수수료로 거래금액의 1.5% 정도를 지불해해야 하지만 K-OTC는 0.1% 내외에서 수수료가 책정될 예정이다. 부정거래행위를 막기 위한 모니터링 기능도 강화된다. 금투협은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부정거래행위의 우려가 있는 계좌에 대해 경고, 수탁거부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70여개사, 투자기회 열려

K-OTC가 기존 프리보드시장과 가장 큰 차이점은 금투협이 거래대상 기업을 직접 지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프리보드시장처럼 기업이 신청한 거래 종목은 등록기업부로,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기업 중 금투협이 지정한 종목은 지정기업부로 나뉜다.

K-OTC시장에는 70여개 비상장사가 지정기업부 거래 종목으로 새로 편입될 예정이다. 이들 지정기업부 종목에는 삼성SDS 미래에셋생명 포스코건설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중견기업이나 대기업계열 비상장사 등이 대상이다. 대부분이 공모로 자금조달을 한 실적이 있어 소액주주가 많다. 이 때문에 프리보드시장보다는 거래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을 통해 개인 간 직접 거래하던 투자자들도 더 효율적인 K-OTC시장으로 편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K-OTC 신규 지정기업은 다음달 20일께 확정된다. 투자자들은 25일부터 이들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지정기업부 종목 기업은 K-OTC시장에 별도의 공시를 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사업보고서, 분반기보고서, 주요사항보고서 등을 확인해야 한다. 예탁결제원 증권정보 포털에서는 주식일정 등을 알 수 있다. 상장 주식과 달리 비상장 주식을 매도하면 10%(중소기업)~20%(대기업)의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장외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세금을 부담하고서라도 K-OTC 플랫폼을 이용하려는 투자자들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 전용시장 코넥스와 달라

K-OTC는 한국거래소가 작년 7월1일 개설한 코넥스시장과는 그 취지, 법적지위, 거래종목이 전혀 다르다.
거래금액의 1.5%서 0.1%로 수수료 '뚝↓'…포스코건설 등 70여개 비상장사 거래 가능
코넥스는 중소 벤처기업의 자금조달과 성장을 지원하는 거래소시장인데 반해 K-OTC는 비상장 주식의 유통을 지원하는 장외시장으로 거래소시장과 같은 엄격한 상장심사가 없고, 매도·매수 호가의 가격이 일치해야만 매매가 체결되는 상대매매 방식으로 거래한다. 코넥스 종목기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창업 초기 중소기업이나, K-OTC는 대상 기업을 중소기업에 국한하지 않고 중견기업과 대기업을 모두 포괄하여 비상장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한다.

김정수 < 금융투자협회K-OTC 설립준비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