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에…'10년 호황' 중동 역내무역  급제동
이라크 내전 사태가 확산하면서 지난 10년간 성장을 거듭해 온 중동지역 무역에 급제동이 걸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라크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가 칼리프에 의해 통치되는 이슬람 국가(IS) 건국을 선포한 뒤 이라크와 요르단 등에서 무역이 침체되고 물가가 치솟는 등 경제적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동 7개국(이집트 터키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팔레스타인)의 연평균 무역 규모는 2000~2002년 42억달러에서 2008~2010년 297억달러로 성장했다. 그러나 ISIS가 이라크 서북부와 시리아 동북부를 장악하면서 터키와 아라비아 반도, 이란을 잇는 무역로가 사라졌다.

이라크 내전 이후 가장 큰 경제적 타격을 입은 나라는 터키다. 이라크는 터키의 2대 수출국으로, 한 해 무역 규모가 120억달러에 이른다. FT는 터키의 대이라크 수출의 70%가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구를 통해 이뤄졌지만 이제 바닷길이나 이란을 돌아가는 우회로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라크 무역길이 끊기자 터키의 화물트럭은 기존 육로보다 1000㎞ 더 긴 이란 국경 쪽의 우회로를 택하고 있다. FT는 “터키와 이란 국경마을 구르부락에는 지난주 내내 국경을 통과하기 위한 터키 화물트럭 880대가 11㎞ 넘게 긴 줄을 서 있었다”며 “트럭당 2000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닷길도 다르지 않다. 터키 남부 이스켄데룬항에서 시작해 이스라엘 하이파항으로 가거나 수에즈운하를 지나 사우디아라비아 두바항으로 가야 한다.

이라크도 피해를 입긴 마찬가지다. 육로를 통한 수입이 85%를 차지하는 이라크는 무역길이 막히면 물가 폭등이 불가피하다. 이미 수도 바그다드에서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정부는 빈곤층 사회보장 프로그램 신청이 늘어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이라크로부터 값싼 원유를 공급받던 요르단은 에너지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요르단은 ISIS가 점령한 안바르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요르단 정부는 원유수송로 보호를 위해 국경지대 병력을 증강했지만 전기료 상승이 현실화하면 가계와 기업 활동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편 이라크 사태에 대해 물공급 통제권이 전쟁 승패를 가를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과 이라크의 안보 전문가들은 그동안 강과 댐의 통제권이 ISIS의 주요한 전략 무기였다고 전했다. 마이클 스테판 카타르 왕립연합싱크탱크 부원장은 “반건조 지대로 정기적으로 극심한 물부족을 겪는 이라크에서 강과 운하 댐 등은 모두 무력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물 통제권을 확보한다는 것은 바그다드를 장악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ISIS는 현재 터키에서 걸프만으로 흐르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상류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두 강은 이라크와 시리아인이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수원이다.

한편 미국은 이날 알카에다의 신종 폭탄테러 첩보를 입수하고 미국행 직항편을 운항 중인 해외 공항에 보안조치를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