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원전·태양광 업체 영향 주목

코스피지수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상승세를 타는가 싶더니 이라크발(發) 악재에 발목이 잡혔다. 이라크 내 급진 세력 확장으로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증권가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외국인들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여파로 코스피에서 20일 넘게 주식을 담아온 외국인들이 바구니를 비울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그러나 단기 조정이 일어날 순 있어도 이번 사태가 코스피 방향 자체를 바꿀 치명적 위험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주요국의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고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도 튼튼한만큼 외국인 수급은 양호한 흐름을 이을 것이란 관측이다.

◆ 외국인, 22일만에 매도 전환…하락 부추겨

1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0.80포인트(1.03%) 급락한 1990.85에 장을 마쳤다.

이라크에서 긴장감이 고조돼 국제유가가 2% 넘게 급등하고 미국증시도 하락하자 코스피 역시 영향을 받았다.

외국인들은 22일 만에 매수에서 매도로 전환해 2542억 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850억 원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라크가 산유국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각국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클 것"이라며 "미국증시 하락폭이나 코스피 상황 등을 볼 때 중대한 위험은 아니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맞다"고 분석했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정치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예단할 순 없다"면서도 "유가불안에 대한 부담이 크고 이라크 문제가 중동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까지 있어 시장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장기화될 것으로 보진 않지만 며칠 '지켜보자'는 심리는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6월 미 FOMC 회의 앞두고 경계감 높아질 듯

증권가에서는 이라크 사태로 인한 코스피 충격과 함께 다음 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벤트이니만큼 이때까지 관망심리도 강하게 유입될 것이란 분석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라크 사태 뿐 아니라 전날 영국은행 총리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코스피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며 "FOMC 우려까지 반영돼 코스피 낙폭이 컸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나올 지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사태가 전면적으로 확대될 경우 건설, 원전, 클린에너지 업체들에 주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1991년 걸프전쟁으로 대내외 상황이 급변한 중동은 한국 건설업체에 지급불이행을 선언한 바 있다"며 "고유가가 끝난 이후 중동 혼란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날 태양광 업체 주가가 강세였던 것에서 볼 수 있듯 유가 급등에 따라 태양광 등 클린 에너지 업체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