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헬스타운 분양…제주도에 '중국인 예금 러시'
지난달 말 한 중국 부동산개발 업체는 하나은행 신제주지점에 한국 돈으로 약 400억원을 입금했다. 제주 지역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돈이다. 이 업체는 앞으로 5년 동안 수천억원을 들여올 예정이다.

중국인들의 제주도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국내 은행 제주지점에도 거액의 중국 돈이 예치되고 있다. 한국 원화로 환전된 돈으로 즉시 투자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이다. 돈의 주인도 개발업체 등 법인만이 아니다. 부동산 투자기회를 엿보거나 중국 내 부패척결 움직임을 피해서 온 개인 예금도 급증하고 있다는 게 은행들의 분석이다.

◆15개월 만에 원화예금 7배 늘어

외환은행 제주지점과 신제주지점의 중국인 원화예금은 2012년 말 43억원이었다. 작년 말에는 453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3월 말엔 다시 2608억원으로 뛰었다. 1년3개월 만에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국인 고객 수도 2012년 말 법인 9곳, 개인 10명에서 지난 3월 말에는 법인 43곳, 개인 311명으로 늘었다.

다른 시중은행도 최근 중국인 고객이 부쩍 늘었다. 하나은행 신제주지점은 작년 9월만 해도 중국인 원화예금이 전혀 없었다. 대출 두 건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말까지 법인과 개인을 합쳐 563억원의 예금이 들어왔다. 우리은행의 제주 지역 지점 예금도 2012년 말 1657억원에서 올 3월 말 1969억원으로 늘었다. 신한은행도 개인 예금만 같은 기간 12억원에서 23억원으로 증가했다.

은행들은 작년 말부터 중국인들의 원화예금이 급증하고 있으며, 올 들어서는 새로 계좌를 만드는 개인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업체들의 리조트 개발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이들이 분양에 나서면서 올해 개인들의 자금이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부패척결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불안감을 느낀 개인들이 캐나다나 미국 외에 제주도에도 돈을 옮겨 놓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발 본격화…개인예금 급증세

중국인들의 원화예금 예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제주도 개발사업이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중국계 자본이 투자한 개발사업은 헬스케어타운, 차이나비욘드힐관광단지, 상모유원지 등 14건에 이른다. 이 중 사업비 1조원이 넘는 사업만 세 건이다.

개발업체들은 돈을 들여와 개발사업에 투자한다. 일시적으로 국내 은행에 예치됐던 돈은 공사비 등으로 사용되면서 빠져나간다. 그 공백을 리조트 등을 분양받기 위한 개인 자금이 메운다.

중국 최대 국영 부동산 개발기업인 녹지그룹이 1조1000억원을 투자한 제주 헬스케어타운이 1차로 분양한 콘도미니엄 188실 계약자 중 95%는 중국인이었다. 분양가는 가구당 8억원 안팎이었다. 비슷한 분양이 이어지면서 개인자금이 지속적으로 불어나고 있다고 현지 은행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중국인들은 원화로 환전해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돈을 맡겨놓고 있다. 언제든 돈을 빼내기 위해서다.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는 연 1% 미만이다. 은행들로선 상당한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본점 차원에서 중국인 예금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만 해도 중국 업체의 개발계획만 무성했었다”며 “올 들어서는 중국인의 원화예금이 늘고 있어 실제로 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