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항일 무장투쟁 핵심인물, 이규채 선생 친필기록 공개
만주 항일 무장투쟁의 핵심 인물인 이규채 선생(1890~1947)이 세상을 떠나기 몇 년 전 자신의 삶과 독립운동을 회고한 친필 기록이 공개됐다. 박경목 서대문형무소역사관장은 지난달 30일 발간된 학술지 ‘한국독립운동사연구’ 47호를 통해 선생이 직접 기록한 연도별 회고록 ‘이규채 연보’(사진)를 소개했다.

선생은 만주지역 독립운동사에서 한국독립당, 한국독립군, 신한독립당 등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하지만 개인의 행적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선생은 큰 병을 앓은 이듬해인 1944년 그간의 독립운동 여정을 연보 형식으로 기록했다. 기록한 종이는 번듯한 필기용지가 아니라 어느 상점의 계산서 묶음이다.

한문으로 된 이 연보는 선생의 손자인 이성우 씨(일빛출판사 대표)가 정선용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에게 의뢰해 우리말로 옮겼다. 거시적 관점에서 날짜와 벌어진 일, 규모 등을 중심으로 기록한 여타 독립운동 관련 기록과 달리 이 연보는 독립운동단체의 활동 내용과 고난, 운동가들의 고단한 삶, 갈등과 배신 등 어두운 그림자까지 기록해 학술적 가치가 높다. 연보에 따르면 선생은 1924년 상하이로 건너가 본격적인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만주에서 일본군의 추적을 당하며 독립운동을 펼치다 1930년 공산주의자와의 갈등으로 생매장을 당했다가 구사일생으로 구출됐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