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가스公, 7500억 영구채 발행 무산되나
마켓인사이트 5월6일 오후 3시22분

한국가스공사가 부채비율 하락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 중인 총 7500억원 규모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감사원이 영구채 발행 적정성 여부에 대해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고비용 회사채”

감사원 관계자는 6일 “지난 2월부터 가스공사 등 6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1단계 공공기관 경영관리 및 감독실태’ 과정에서 가스공사 영구채 발행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파악했다”며 “영구채 발행이 적정한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달 중이라도 가스공사 영구채 발행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한다. 갑자기 회사 상황이 나빠지면 발행사는 5~10년으로 정해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않고 영구채 만기를 30년까지 연장할 수 있으며 이자 지급도 연기·취소할 수 있어서다. 대신 발행비용(이자)은 높다. 가스공사는 순수 회사채를 발행할 때보다 0.8~1.0%포인트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7500억원 전부를 일반 영구채로 발행할 경우 이자 비용으로 매년 60억~75억원을 추가로 물게 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가스공사가 영구채 발행 후 5~10년이 지난 뒤 콜옵션을 행사해 채권을 상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높은 이자를 주면서 만기를 늦출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게 IB업계의 지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금리가 급등하기 때문에 일단 콜옵션을 행사하고 해당 시점에서 채권을 재발행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영구채 발행 중단 가능성

가스공사 영구채는 본질적인 측면에서 결국 5~10년짜리 고비용 회사채와 동일한 측면이 강하다는 감사원의 판단은 이런 근거에 기반한다. 지난해 포스코 SK텔레콤은 글로벌 신용등급에 ‘부정적’ 꼬리표가 있어 등급 강등을 막을 목적으로 영구채를 발행했지만, 가스공사는 글로벌 신용등급이 A+~AA-(안정적)여서 그럴 필요조차 없는 상황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는 전체 7500억원 중 3500억원 정도는 발행금리가 0%로 예상되는 ‘영구 교환사채(EB)’로 발행해 평균 조달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영구 EB는 언제 발행하더라도 0%로 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속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가스공사 영구채 발행을 허용할 경우 다른 공기업들도 높은 이자를 지급하면서 일단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영구채 발행에 너도나도 나설 것”이라며 “감사원이 결국엔 가스공사 영구채 발행을 불허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상열/이태호 기자 mustafa@hankyung.com